*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특정한 시간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이른바 '루프물'은 SF나 판타지 장르에서 자주 시도되는 소재다.
누구나 유한한 삶을 살기에 가끔 삶이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를 상상해 보는 것이 즐겁기 때문일 것이다.
이 작품 역시 전형적인 루프물로, 어느 날 갑자기 하루가 반복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특이하게도 루프에 빠지게 되는 시기가 마치 전염병처럼 각기 달라서 루퍼가 한 명 발생하면 그 근처의 사람들에게도 전염된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는 작품 내내 알려주지 않고, 또 그 이유가 그리 중요하지도 않으니 그저 그런가 보다 하며 작가의 안내에 따라 상상의 세계로 떠나면 된다.
작품은 총 다섯 명의 중심인물들이 루프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배경은 일본이 셋, 캐나다 하나, 아프리카의 시골 마을 하나로 이러한 현상이 전 세계에서 동시에 일어났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문학 작품도 첫인상이 중요하기 때문인지 첫 이야기의 주인공이 그야말로 압권이다.
어린 딸이 강간 후 살해된 한 엄마가 있다.
그녀는 자신의 딸을 죽인 범인이 미성년자여서 얼마 되지 않는 형을 살고 나온 후 교통사고로 한 병원에 입원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딸의 복수를 위해 칼을 갈던 그녀는 공교롭게도 복수에 성공한 바로 그날부터 루프에 빠져버린다.
아무리 죽여도 다음 날이면 다시 되살아나기에 그녀는 매일매일 온갖 창의적인(?!) 방법으로 그를 죽이러 간다.
이렇게 충격적인 첫 이야기를 지나고 나면 루프 때문에 사람들을 피해 학교에 피신하는 여학생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무슨 범죄를 저질러도 모든 증거가 다음 날이면 사라지기에 사회는 대혼란에 빠진다.
특히 아직 루프에 걸려들지 않은 여성은 성폭행을 당해도 다음날이면 기억도, 증거도 남지 않게 되기 때문에 범죄의 타깃이 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