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일리언 어스 - ‘또 다른 지구’와 미지의 생명체를 찾아서
리사 칼테네거 지음, 김주희 옮김, 이정은 감수 / 쌤앤파커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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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SF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우주에 정말 우리만 존재하는가 하는 물음만큼 흥미로운 질문도 없을 것이다.

일단 지금까지 알고 있기로는 태양계의 8개 행성 중 오로지 지구에서만 생물이 존재한다.

하지만 밤 하늘에 빛나는 저 수많은 천체들 중에 과연 지구와 같은 환경을 가진 행성이 단 하나도 더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과연 얼마나 될까?

저자는 제목처럼 외계에서 지구를 찾는 천문학자다.

지구와 비슷한 천체를 찾는 일은 당연히 천문학자만의 일이라 생각했는데, 저자에 따르면 이 분야야말로 학제간 공동연구가 필수적인 분야였다.

과학자가 당대 모든 과학 지식을 알 수 있었던 시대는 이미 오래전에 지나갔다.

이는 좋은 소식이다.

인간 1명이 배울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방대한 지식이 밝혀지고,

매일 새로운 정보가 데이터베이스에 추가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더 이상 개인이 모든 것을 혼자서 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pg 199)

먼저 우리가 지구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우주에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유일하고도 확실한 증거다 보니 지구의 생명체란 과연 무엇인지, 그리고 태초에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명확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생명의 기원을 두고 여러 학설들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아직까지도 인류가 실험실에서 생명체를 만들어 본 경험이 없다는 것이다. (유기물을 합성해 낸 경험은 있지만 생명이라고 하기엔 부족하다고 한다.)

그러니 자연히 외계 천체에서의 생물 탐색도 상당 부분 예측에 기반할 수밖에 없다.

또한 골디락스 존 안에 존재하는 행성만을 대상으로 한다고 해도 대상 천체가 수천 개에 달하고 거리적으로도 가장 가까운 항성까지 빛의 속도로 4년이 넘게 걸릴 정도로 우주는 광활하다.

이 넓은 우주를 직접 돌아다니면서 샘플을 채취하며 분석하는 과정을 거칠 수 없기에 연구의 중심 활동 역시 관측과 계산, 제한적인 모델로의 실험으로 이루어진다.

다른 행성의 생명체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는 일은 고도로 창의적인 활동이다.

그래서 인간 상상력이 외계 생명체의 지극히 일부분이라도 파악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최근에 밝혀진 심해 생물을 볼 때면 그들의 놀랍고 낯설며 기괴한 아름다움을

예측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다른 행성에서 생명체가 발견된다면 그들은 놀라움으로 가득한

또 다른 아름다운 모습을 나타낼 것이다.

(pg 169)

게다가 지구상에 생명체가 존재한 것은 지구 전체의 역사로 볼 때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따라서 우리가 관측하는 어떤 천체가 지금은 생명체가 살기에 적합하지 않지만 수만 년, 수억 년 뒤에는 생명으로 가득한 천체가 될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저자는 지구의 역사를 토대로 각 시기별로 관측했을 때 어떤 빛이 방출될 수 있는지를 연구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고 한다.

말로 쓰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기나긴 시간 동안 서서히 변화하는 천체의 모습을, 그것도 천체의 외부에서 봤을 때의 모습을 예측해야 하기에 많은 데이터와 분석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연구의 어려움뿐 아니라 여성 과학자로서 아직까지도 존재하는 차별적인 시선과도 저자는 맞서 싸워야 했다.

위대한 과학자 '칼 세이건'의 이름을 딴 연구소를 이끄는 수장인 저자이지만 지금도 여성이 자연과학에 종사한다는 것에 색안경을 끼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어쩌면 정말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것을 찾고 있는 저자답게 이러한 시각에도 당당하게 맞서며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었다.

나의 연구 성과가 아닌 나라는 사람을 의심하는 동료 과학자를 여전히 만날 때마다,

나는 한 선배 과학자가 들려준 대단히 유용한 조언을 떠올린다.

"이렇게 생각하라. 누군가가 당신을 무너뜨리려고 한다면,

그것은 당신이 주목할 만한 일을 성취했음을 의미한다."

(pg 222)

기본적으로 외계의 천체를 어떻게 연구하는지 비전공자도 이해할 수 있게끔 쉽게 쓰인 과학 교양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망원경으로만 관측하면 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과 그 항성의 빛을 굉장히 강하게 반사하는 행성 정도만 관측할 수 있기에 항성에서 멀리 떨어진 행성은 찾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항성의 빛이 주기적으로 약해지는 빈도와 시간을 계산해서 숨어 있는 행성을 찾아내는 방법도 있다고 한다.

이처럼 여러 천문학 지식도 전문적이지만 읽어보면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정도의 수준으로 소개되어 알찬 독서가 된 것 같다.

물론 아직까지 확실하게 생명체의 징후를 보이는 천체를 발견하지는 못했다.

게다가 '불과' 10광년 거리에서 적합한 행성을 발견한다 하더라도 빛의 속도로도 10년이 걸릴 어마어마한 거리이므로 쉽사리 가볼 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천체를 꼭 찾았으면 좋겠다는 밑도 끝도 없는 바람이 생긴다.

우주의 시간은 인간의 수명에 비하면 영원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길지만, 우리가 매일 보는 태양조차도 언젠가는 그 수명이 끝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 100년간 인류가 이룩한 수많은 성과들을 볼 때, 그리고 우리의 항성이 사라질 때까지 아직 수억 년이라는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시간이 남아 있다고 할 때 언젠가는 반드시 찾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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