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숙론을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진행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책 후반부에는 좋은 숙론 진행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덕목들이 소개된다.
당연한 말이지만 철저한 준비와 타인의 말을 경청하는 자세가 가장 중요할 것이다.
소극적이어서 의견을 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참여시키고 너무 발언권을 독점하는 사람들을 유연하게 저지하는 등 경험치가 있어야만 가능한 스킬들도 있었다.
인구가 그리 많지 않은 나라임에도 한국 사회는 유독 갈등이 많은 사회다.
아직도 위세를 떨치고 있는 지역 갈등부터 요즘에는 남녀 갈등, 세대 갈등, 계층 갈등까지 인터넷을 조금만 돌아다녀도 서로가 서로를 헐뜯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모습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조금만 노력하면 금방 숙론의 문화를 꽃피울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
무엇이든 빨리 배우고 빨리 적응하는 민족이기에 숙론의 문화 역시 그럴 것이라 전망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저자만큼 긍정적으로 전망하지는 않지만, 그가 강조하는 숙론의 문화가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에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다만 저자의 책을 몇 권 읽었던 터라 그다지 새로운 내용을 알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저자의 최근작을 서너 권쯤 읽은 독자라면 나와 비슷한 감상을 얻을 것 같다.
하지만 내용도 좋고 저자의 책답게 술술 읽히는 맛도 좋았다.
이제 막 '최재천'이라는 이름을 알게 되었다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