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킹의 빅 퀘스천에 대한 간결한 대답
스티븐 호킹 지음, 배지은 옮김 / 까치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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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세상을 떠난 지도 벌써 7년이 흘렀다.

목적 없이 서점을 돌아다니다 우연히 눈에 들어온 그의 이름을 보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의 이름이야 지금도 유명하고 그가 남긴 과학적 연구 결실들도 영원한 인류의 유산으로 남을 테지만 나 자신이 그의 결실을 알고 있는가, 나는 과연 그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 하는 생각 말이다.

잠깐의 고민 후 책을 집어 들어 읽기 시작했고 결국 사서 나오게 되었다.

이 책은 제목처럼 그가 생전에 썼던 거대한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모아둔 책이다.

여기서 거대한 질문이란 '신은 존재하는가', '우주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우리는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와 같이 아직까지 인류가 완전히 답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상당히 오래 답하지 못할 질문들을 뜻한다.

저자는 이 질문들에 대해 그가 생전에 공부한 과학 지식에 자신의 견해를 덧붙여 답하고 있다.

가장 궁금했던 질문이기도 하고 가장 자극적인 질문이기도 할 텐데, 과연 그는 신이 존재한다고 생각했을까.

이 책이 나오기 전에 그가 신의 존재를 부정했다는 사실만으로 상당한 이슈가 된 적이 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는 과학자였지 예언자가 아니다.

그가 언급한 바를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여태까지 밝혀진 과학적 사실들을 토대로 볼 때 신이 있다고 할만한 증거는 없다' 정도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만에 하나 신이 있다고 하더라도 흔히 종교인들이 표현하듯 우리와 비슷한 모습의 인격신일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기엔 우주적 스케일에서 본 우리의 존재가 너무도 미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존재를 스스로 낮출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사후세계에 대한 믿음은 단지 희망 사항에 불과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사후세계에 대해서는 믿을 만한 증거도 없거니와,

우리가 과학을 통해서 알게 된 모든 것과 정면으로 맞선다.

나는 인간이 죽으면 먼지로 돌아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의 삶 안에, 우리의 영향력 안에,

우리가 아이들에게 물려주는 유전자 안에는 지각이 있다.

우리는 이 지각을 가지고 우주의 위대한 설계를 감상할 수 있는

한 번뿐인 삶을 살고 있으며, 나는 이를 대단히 감사히 여긴다.

(pg 74)

이처럼 그는 죽기 직전까지도 인간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았다.

물론 한편으로 인류가 핵 전쟁을 일으킬까 두려워하기도 하고, AI의 발전이 인류에게 해가 될지도 모른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인류에게는 그러한 위기를 극복할 충분한 힘이 있다고도 보고 있는 것이다.

지능은 변화를 수용하는 능력으로 특정 지을 수 있다.

인간의 지능은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서

여러 세대에 걸쳐 자연 선택이 일어난 결과이다.

우리는 변화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그 변화가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도록 해야 한다.

(pg 258)

그가 답한 여러 질문들 중에는 우주에 대한 질문이 많다.

최근 일론 머스크의 정치적 입지가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화성 개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데, 저자 역시 우주 개발의 필요성에는 동의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글을 통해 유추하기로는 그가 화성을 '이주할 만한 행성'으로 생각한 것 같지는 않다.

지구에는 없는 자원이 있거나 태양계 외부로 나가기 위한 전초기지 정도로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

화성에는 자기장이 없고, 자기장을 인공적으로 만들어내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화성으로의 이주를 반대하는 과학자들이 많다는 사실도 알고 있어서 그의 의견이 이렇게 읽혔는지도 모르겠다.

다 읽은 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역시 그는 과학자였다'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질문에 과학이 언젠가는 답을 할 것이며 또 해야만 한다는 입장에서 답하고 있다.

또한 역사상 과학의 수혜를 가장 많이 받는 지금의 젊은 세대가 기초 과학에는 정작 관심이 없다는 현실에도 우려와 아쉬움을 표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역시 수능 만점자가 의대를 가지 않으면 뉴스 기사가 될 정도로 기초 과학이 약한 편인지라 저자의 안타까움에도 공감할 수 있었다.

인간의 마음이란 믿을 수 없을 만큼 대단한 것이다.

인간의 마음은 하늘의 장관을 품을 수도 있고

물질의 기본 요소가 보여주는 복잡함도 담을 수 있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이 가진 온전한 잠재력을 꽃피우기 위해서는 스파크가 필요하다.

의문과 경이의 스파크.

(pg 265)

우주의 기원과 관련해서는 자신의 업적인 '호킹 복사'와 같은 약간의 과학적 지식들도 언급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굉장히 쉽고 제목처럼 '간단히' 대답한 글이기에 술술 읽히는 편이다.

물론 그래서 이 책에서 무언가 새로운 지식을 얻고자 한다면 다소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가 남긴 인류에 대한 메시지는 상당히 좋았고 특히 미래를 탐색하는 학생뿐 아니라 기업이나 국가의 의사결정권 위치에 있는 사람들도 귀 기울일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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