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웨딩
제이슨 르쿨락 지음, 유소영 옮김 / 문학수첩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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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히든 픽처스'라는 작품으로 국내에서도 이름을 제대로 알린 저자의 신작이 나와 읽어보게 되었다.

이번에는 딸의 결혼이라는 소재로 전작 못지않은 긴장감을 보여주었다.

작품은 장성한 딸을 둔 남성의 시각으로 진행된다.

그는 어린 시절 군 복무를 마친 후 결혼해 딸을 낳았지만 아내가 어린 나이에 병으로 세상을 뜨고 만다.

혼자가 되었지만 누나의 도움과 고된 택배 일로 딸을 부족함 없이 키워냈다.

하지만 딸이 사춘기를 지날 무렵부터 의견 충돌이 잦아졌고 몇 년째 연락이 끊긴 상태였다.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딸은 뜻밖에도 재벌 2세와 결혼을 하게 되었다며 아빠도 참석해달라고 말한다.

모처럼 닿은 딸과의 연락과 결혼이라는 기쁜 소식에도 불구하고 그의 민감한 안테나에 무언가 석연찮은 구석들이 포착되기 시작하면서 이 결혼에 숨겨진 비밀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여기까지가 작품의 초반 스토리이나, 이후의 서술에 의도치 않은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므로 저자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아래는 생략하기 바란다.)

이번 작품에서도 초반부터 이어지는 긴장감을 마지막까지 잘 이끌어 간다.

사실상 사건이라고 할만한 일은 작품의 중반 이후에 등장하지만, 한 인물 안에서 딸의 안전을 걱정하는 마음과 자신의 걱정이 기우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서로 상충하면서 일어나는 내면의 긴장이 상당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특히나 자식이 있다면 작품 속 아버지의 시선에 공감하는 바가 많을 것 같다.

부모라면 누구나 세상 누구보다 자식을 잘 안다고 자부하겠지만 사실 자식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부모는 많지 않다.

언젠가 어머니가 아내에게 '이제 네가 내 아들을 더 잘 아는 것 같다'라고 말씀하진 적이 있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어머니보다 나를 잘 아는 사람이 아내만은 아닐 것 같다.

어머니에게는 항상 하나밖에 없는 자랑스러운 아들이어야 하지만 다른 사람들 앞에서도 동일한 모습으로 존재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부모가 쓰는 자녀의 서사는 그리 신빙성이 없어요.

우리는 자신이 자식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누구도 자식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해요.

(pg 249-250)

중반 이후로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지만 그러면서 오히려 내면의 갈등은 더 커지게 된다.

동양 특유의 유교적 시각을 접어두고서라도 일반적인 사람의 시각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비밀이 숨겨져 있어서 사건의 진상을 유추해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매우 자극적이며 지저분한 이야기라는 점만 언급해 둔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재미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진상이 비교적 빨리 밝혀짐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의 긴장감이 전혀 감소하지 않는다는 것이 놀라웠다.

모든 진실을 알고 나서도 아버지로서의 자아와 사회적 정의, 도덕을 추구하는 자아가 끊임없이 갈등하기 때문이다.

자식을 키워본 경험이 있다면 과연 나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한 번쯤 고민해 보면 좋을 주제일 것이다.

전작이 다소 판타지스러운 소재를 다룬 비현실적인 이야기였다면 이번 작품은 매우 현실적인 편이다.

물론 자식이 재벌 2세와 결혼하는 일은 극히 드물 것이고 현실의 재벌이 작품 속 재벌과 유사할 것 같지도 않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돈이 많다면 저렇게 살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을 법한 스토리라 허황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400페이지가 넘어 꽤 두툼한 편이지만 저자 특유의 속도감과 매끄러운 번역 덕분에 읽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저자의 명성에 걸맞은 충분한 재미를 보장하는 작품이므로 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재미나게 읽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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