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독
이기원 지음 / 마인드마크 / 2024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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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기술의 발달이 인류를 더 평등하게 만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고, 오히려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그래서인지 미래를 상상하는 SF 작품들에서는 불평등이 극에 달한 미래 사회가 종종 등장하는데, 이 작품 역시 그러한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작품의 배경은 약 100년 후의 서울이다.

치명적인 전염병으로 인류의 대부분이 절멸하고 서울은 10개의 대기업 연합이 다스리는 도시국가인 '뉴소울시티'가 된다.

도시는 크게 세 구역으로 나뉘는데, 1구역은 상류층 거주지로 마인드 업로딩 방식을 통해 복제 신체를 계속해서 갈아탐으로써 죽음도 극복한 곳이다.

2구역은 10개의 대기업 소속 노동자들이 사는 공간으로 철저하게 생산만을 목적으로 한다.

그리고 체제에서 버려진 이들이 모이는 제3의 구역이 바로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쥐독'이다.

2구역에서 근근이 먹고살던 '민준'은 어느 날 자신의 임금으로는 평생 구경도 하지 못할 값비싼 물건이 공장에 들어오자 충동적으로 이를 훔치고 쫓기는 몸이 되어 쥐독으로 도망친다.

쥐독에서 그 물건의 가치는 상상 이상이기에 물건을 노린 세력의 위협을 받게 되고 이를 물리쳐가며 버티던 중 '태일'이라는 남성을 만나게 된다.

그러면서 그가 이 불합리한 체제를 뒤엎기 위한 반란군의 수장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와 함께 지배계층에 맞서게 된다는 내용이다.

물이 새는 줄도 모르고 방주 안에만 갇혀 두려움에 떨기보단 갑판으로 나와

폭우와 해일이라는 진실을 마주하며 죽어갈 권리가 우리에게 있다.

(pg 181)

매력적인 배경과 인물, 그리고 쉽게 예상하지 못할 결말까지 전반적으로 꽤 재미있게 읽은 것 같다.

다만 초중반까지는 어디선가 본듯한 설정과 개연성이 살짝 부족한듯한 전개 때문에 몰입이 다소 어려웠다.

예를 들면 평범한 공장 노동자 출신인 민준이 어떻게 쥐독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불량배들을 이길 정도로 강한지, 법이 없는 곳인 쥐독에 고가의 물건을 지닌 민준을 도와주는 사람들이 왜 그리 쉽게 나타나는지, 죽음을 극복할 정도의 과학기술을 축적한 지배계층이 왜 노동자들을 개별적으로 감시하지 않아 반란군 추적에 애를 먹는지 등등 설명이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어 의문점이 좀 남았다.

하지만 민준과 태일의 만남 이후로는 혁명 준비와 실행이 급박하게 진행되면서 긴장감도 높아지고 서사의 매력도 올라가 읽는 재미가 좋았다.

저자가 공간적인 배경은 유지하고 시대적인 배경만 달리한 작품을 더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마치 파운데이션 시리즈처럼 '뉴소울시티'라는 동일한 장소에서 서로 다른 시간대의 인물들이 또 어떤 이야기를 펼쳐갈지 궁금해진다.

아쉬움이 살짝 남기는 했지만 저자가 만들어 낸 매력적인 인물들과 반전이 인상적이었기에 그 작품들도 읽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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