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한 번쯤은 '이 아이를 위해서는 대신 죽어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교통사고가 났을 때 아이를 감싸 부모는 죽었지만 아이는 살아남은 경우도 있고,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려다 숨지는 부모 등 실제로 그런 사례도 적지 않다.
만약 불치병으로 곧 죽게 될 아이에게 내 수명을 나눠줄 수 있는 세상이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저자는 이 상상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일들을 너무도 한국스러운 배경 속에 녹여냈다.
먼저 배경이 되는 기술로 자신의 수명을 굉장히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기계가 소개된다.
당연히 사고로 인한 죽음은 예측할 수 없으며 지금처럼 지낸다면 대략 언제쯤 죽을지를 측정해 주는 기계다.
물론 현재의 건강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생활습관에 따라 측정값은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다.
그리고 이렇게 측정된 수명을 일정 부분 타인에게 나눠줄 수 있는 기술도 개발된다. (증여자의 수명이 감소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저소득층은 수명을 팔고 부유층은 수명을 사 영생을 누리는 세상이 되는 식상한 전개를 떠올리기 쉽지만, 저자는 이러한 점을 방지하기 위해 법적으로 여러 장치들을 고안해 둔 사회를 그려냈다.
수명의 나눔은 평생 단 한 명에게만 그것도 혈액형이 같은 직계 가족 사이에서만 가능하다.
결혼이나 입양으로 가족이 되는 경우에도 1년 이상이 경과해야 하며, 입양의 경우 입양의 대상자에게 증여는 가능하나 그 대상으로부터 수명을 받을 수는 없는 등의 법적 장치들이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가능한 일을 법적으로 막아둔다면 당연히 다양한 편법과 불법이 판을 치게 마련이다.
이 작품에서도 수명 암거래를 위한 앱이 등장한다.
주인공은 고아로 자란 한 남성으로 죽마고우였던 친구가 수명을 측정한 뒤 자신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절망 속에 죽어버린다.
실의에 빠진 그에게 전 여자친구가 나타나 위로를 건네고 급속도로 가까워진 그들은 결국 결혼하지만, 1년 후 자신의 수명을 증여받은 그녀는 갓 태어난 딸을 버리고 비정하게 그를 떠나버린다.
슬픔을 이겨내고 홀로 남은 딸을 키워내던 그는 자신의 딸이 불치병에 걸려 남은 수명이 그리 길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복수심과 슬픔으로 얼룩진 그가 어떤 행보를 보이게 되는지가 작품의 주요 내용이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