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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의 피
나연만 지음 / 북다 / 2024년 10월
평점 :
강렬한 제목과 표지부터 선혈이 낭자할 것만 같은 작품이다.
본격적으로 책을 소개하기에 앞서 개인적으로 선혈이 낭자한 작품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을 덧붙여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라는 점도 말이다.
작품의 주인공은 '준우'라는 남성으로 돼지 축사를 하던 아버지의 땅에 반려동물 화장터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그의 어머니는 그가 어렸을 적 어떤 남성에게 살해되는데, 범인은 12년형을 구형 받고 만기 출소한다.
범인에게 앙심이 남은 그는 출소한 범인을 죽이려고 찾아가지만 되려 범인에게 당하고 만다.
하지만 뜻밖에도 눈을 떠보니 범인은 이미 죽어있고 잡혀가기 싫으면 그 시체를 처리하라는 메시지가 도착한다.
그 무렵 한강 주변에서 훼손된 사체가 잇따라 발견되면서 경찰이 이를 추적한다는 내용이다.
준우에게는 '준서'라는 이부 누나가 있고 재직 중인 경찰이다.
그녀는 본 사건의 관할이 아닐뿐더러 개인적으로 얽혀 있기도 한지라 공식적으로는 사건을 추적하지 못한다.
따라서 사건의 주요한 추적은 그녀가 멘토처럼 모시는 '박한서'라는 베테랑 형사가 담당한다.
개인적으로 이 박한서라는 캐릭터가 상당히 멋있었는데, 성실해 보이지는 않지만 탁월한 센스로 사건의 흑막을 추적하는 데 크게 활약한다.
작품의 중반쯤 유력한 용의자가 작품에 직접 등장하기 때문에 범인이 누구인지를 알아내는 것은 이 작품이 추구하는 바가 아니다.
그가 왜 그런 짓을 하고 있는지, 그 인물의 배경에는 또 누가 있고, 그 인물들과는 어떤 관계로 이어져 있는지를 작품의 끝까지 읽어가며 파헤쳐야 한다.
제각각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이던 인물들은 마지막에서야 한 장면으로 뭉쳐지고 모든 비밀들이 드러나는 구성을 가지고 있다.
작품의 소재가 연쇄살인과 사적 제재인지라 잔인함의 정도는 상당하다.
하지만 각 인물들의 행보에서 느껴지는 서스펜스가 상당히 좋아서 잔인함이 생각보다 부각되지 않았다.
다만 아쉬웠던 부분은 결말이 아주 깔끔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다 읽고 나면 대충 그림이 그려지기는 하지만 그들 사이의 관계가 작품 속에서 시원하게 밝혀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모처럼 재미있는 작품을 만난 것 같다.
배경도 스토리도 끔찍할 정도로 현실적이어서 영화로 만들어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박한서는 김윤석 같은 배우가 맡으면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은 캐릭터였다.)
물론 내용이 내용인지라 무조건 청불이겠지만 스토리 자체가 주는 매력이 있어서 책 내용만 그대로 따라가도 흥행하지 않을까 싶다.
아직 발표한 작품의 수가 많지 않은 작가인지라 앞으로도 기대하는 마음으로 다음 작품을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