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멸종 - 거꾸로 읽는 유쾌한 지구의 역사
이정모 지음 / 다산북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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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출처: 도서관 대출

'멸종'이라는 단어에 '찬란하다'라는 수식어가 어울린다고 생각해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인간의 경제 활동이 곧 기후 위기를 낳았고 기후 위기가 여러 생물의 멸종으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우리는 멸종이라는 단어에 책임감을 느끼며 기필코 막아야 하는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미 지구상에 다섯 번의 대멸종이 존재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은 절멸하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한 현재 여섯 번째 대멸종이 진행 중이라고, 그리고 각각의 대멸종마다 최상위 포식자는 멸종의 길을 걷게 되는데 현재 지구의 최상위 포식자는 바로 우리 인간이라고 담담하게 말하고 있다.

지난 다섯 차례 대멸종의 원인은 자연이었다. 당시 생명은 속수무책이었다.

지금 여섯 번째 대멸종, 인류세의 원인은 무엇인가? - 중략 -

오로지 당신들 인류의 소행이다. 그러니 해결법도 간단하다.

당신들만 변하면 된다.

(pg 111)

저자는 수 천, 수 억년 전에 있었던 다섯 차례의 대멸종 이야기를 여러 존재의 시각으로 들려준다.

때로는 범고래였다가, 때로는 티라노사우루스였다가, 때로는 작은 삼엽충이었다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게다가 시간 순서대로 집필된 것도 아니다.

옴니버스 식 만화를 보는 것처럼 각각의 생물들이 자신의 관점에서 본 진화와 멸종, 또 다른 종의 출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지난 대멸종의 계기는 지진이나 운석, 화산 폭발 등 자연재해에 따른 급격한 환경 변화였다.

대멸종 이후에는 생물의 약 95%가 절멸하는데, 이때의 95%란 100마리 중에 95마리가 죽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100종의 생물 중 5종만 살아남는다는 의미에 가깝다고 한다.

즉 그 살아남은 5종 중에서도 극소수만 살아남을 정도의 충격이었다고 보면 되겠다.

하지만 지구의 역사는 인간의 짧은 삶에 비추어 볼 때에 너무도 길기 때문에 그 혹독한 절멸을 겪고서도 새로운 생명들이 다시금 태어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번성하게 된다.

인간이 초래한 여섯 번째 대멸종으로 만약 인간이 절멸하게 된다 하더라도 또다시 지질학적 수준의 유의미한 시간이 흐르고 나면 우리의 자리를 차지할 그 어떤 생물체가 출현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되돌아보며 나는 자연의 근본적 진리, 즉 진화와 변화는 필연적이며

변화만이 유일한 살 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공룡의 등장은 단순히 힘의 변화가 아니었다.

그들의 등장은 지속적인 지구 생태 변화의 한 부분이었다.

지배적인 조건에 잘 적응한 생물이 챔피언이다.

모든 시대에는 새로운 챔피언이 등장한다.

이제 그들의 시간이 왔고,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이게 자연의 순리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pg 230-231)

결국 이 책이 주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이미 지구는 지금의 온난화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웠던 적도 있었고 그때를 이겨내고 살아남은 생물들이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생물의 조상들이다.

최근에 경험하고 있는 극심한 기후 위기에 우리는 '지구를 걱정한다'라고 표현하지만 실상 지구는 이 정도의 변화쯤 우습게 버텨낼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우리 인간이라는 종이 이 여섯 번째 대멸종을 과연 막을 수 있을지, 기어이 막지 못한다면 그 과정에서 살아남을 수는 있을지를 걱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동물들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

나, 지구가 포용할 수 있는 척추동물의 양은 정해져 있다.

가축과 인류가 늘어나자 야생동물이 살 수 있는 곳이 줄어들었다.

즉 야생동물의 수와 종이 줄었을 뿐이지 지구에 살고 있는 동물의 생물량은 그대로다.

(pg 111)

참고로 "응~ 난 화성 가면 그만이야~"라고 말할 것만 같은 한 인물이 떠오른다면, 이 책의 저자는 단호하게 화성으로의 이주는 실패로 끝날 것이라 말한다.

단기적으로 지구의 생물을 이동시킬 수야 있겠지만 지구 내부의 금속성 물질이 자전함으로써 만들어지는 자기장을 인공적으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한 견해는 과학자마다 다를 것이라 생각되지만, 화성으로의 이주가 가능한 수준의 기술력과 자원이라면 지구의 문제 해결에 쓰는 것이 현명하다는 시각에는 동의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찌 됐든 지구의 입장에서는 특정 종의 멸종과 탄생을 걱정할 이유가 없다.

죽음은 그 자체로 순환을 위한 필수 요소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 대상이 우리 자신이 되었다는 사실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죽음은 단순한 종말이 아니라 발달, 유지, 적응을 촉진하는 역동적인 과정이다.

정교하게 프로그램된 세포의 자멸은 세포의 생명 주기를 조절하며, 보다 넓은 개념의 죽음은 유전자 변이와 자연 선택에 의한 생명의 영속과 생태계의 다양성을 보장한다.

따라서 죽음이라는 생명의 능력은 지구 생명체의 복잡성과 회복력의 원천이다.

(pg 324)

저자가 한 유튜브에 나왔던 영상을 보고 읽게 된 책인데, 과연 그만큼 재미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시간 순서는 좀 지켜주었더라면 이해가 더 쉬웠을 것 같은데, 어찌 됐든 시간 순으로 외우는 공부법에 싫증을 느낄 독자들의 시각에서는 좋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진 자료도 풍부하고 설명도 쉽기 때문에 중학생 이상만 되어도 누구나 읽을 수 있을 책이며 내용도 상당히 훌륭해서 널리 권하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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