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접하는 작가인데 이미 넷플릭스 드라마로 유명한 '퀸즈 갬빗'의 저자라고 한다.
그 인기에 힘입어서인지 시리즈로 그의 저작이 몇 권 출간되어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장르인 SF 작품들만 골라 읽어보게 되었다.
제목조차 너무도 SF스러운 '지구에 떨어진 남자', 말 그대로 지구에 도착한 한 외계인의 이야기다.
작품의 화자는 '안테아'라는 행성에서 온 '뉴턴'이라는 남성 외계인이다.
그의 모행성은 고도의 문명을 이룩했지만 거듭되는 전쟁으로 행성은 황폐화되고 급기야 그의 종족은 생존자 300명 수준으로 멸종 직전에 이른다.
단 한 명 만을 외부에 보낼 수 있는 연료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그들은 '뉴턴'을 지구로 보내 자신들을 한 명이라도 더 지구로 데려올 수 있도록 지구의 기술력을 발달시키는 임무를 부여한다.
이 작품이 1960년대 초반에 나왔으므로 배경 설정 자체는 꽤나 상투적인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개는 꽤 참신한 편인데, 일단 과학의 발전이 더 월등한 외계 종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류와 지구를 정복하기 위한 대규모 침략을 그리고 있지 않다는 점부터가 특이하다.
그가 선택한 가명처럼 지구에 도착한 뉴턴은 높은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여러 발명품들을 만드는데, 이 물건들은 지구인의 삶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만한 것들이었다.
물론 이러한 발명이 곧 그에게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다 주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그의 종족을 더 많이 끌어들이기 위함이었지만 그의 의도는 꽤 평화적인 편이었다.
하지만 이 넓은 행성에 본인이 곧 종족의 유일한 개체라는 사실을 어떻게 안고 살아갈 수 있을까.
그는 인류의 예술, 사회, 경제, 과학, 문화 등을 공부하며 인류를 이해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다.
언젠가 인터넷에서 개와 오래 살아서 개처럼 4족으로 뛰는 여성의 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그 여성이 진짜 '개처럼' 살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 역시 술에 의존하면서까지 인류를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마치 수학에서 1과 무한히 가까워질 수는 있지만 결코 1은 될 수 없는 무한소수를 보는 것처럼 그의 노력이 인간에게 와닿지는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