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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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필생의 역작이자 동명의 영화로도 유명한 작품이다.

예전에 영화로 봤던 기억이 있어 굳이 찾아보지는 않았었는데, 우연찮게 책을 입수하게 되어 읽어보게 되었다.

영화로 봤었다고는 하지만 워낙 옛날 일이라 당시 한참 전성기였던 '히로스에 료코'의 눈부신 미모 외에는 기억나는 것이 거의 없어서 처음부터 몰입해 읽을 수 있었다.

스토리는 익히 알려진 바대로 한 어머니의 영혼이 딸의 육체로 들어가게 되는 신비한 현상을 상상한 작품이다.

화자는 '헤이스케'라는 남성으로 그의 아내와 초등학생 딸이 버스를 타고 가다가 큰 사고를 당하게 된다.

아내는 딸을 살리기 위해 자신이 모든 상처를 뒤집어쓰고, 딸이 무사하다는 사실을 확인하자 세상을 떠나게 되지만 불가사의하게도 눈을 뜬 딸의 몸에는 아내의 영혼이 들어가 있었다.

초등학생의 몸에 들어간 삼십 대 여성이며 한 남자의 아내이자 딸인 기묘한 상태로 그녀와 그녀의 아버지는 새로운 삶에 적응해 나간다.

저자는 작품을 통해 남녀 간의 사랑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지, 그리고 한 개인을 영혼과 육체로 분리할 수 있다면 그 사랑이 유지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정신적인 측면이 사랑에서 더 중요한 부분이라면 그들은 딸을 잃었다는 슬픔 외에는 평범한 부부처럼 지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혼이라는 것은 두 사람이 정신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육체적인 측면에서도 서로에 대한 강한 애착으로 맺어져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버지는 딸에 몸에 들어간 아내를 탐할 수 없었고, 그 때문에 힘들어한다.

또한 고등학생이 되어 평범한 학생으로 지내고자 노력하는 아내에게 불같은 질투심을 느끼기도 하고, 그 때문에 자신을 부끄러워하며 그래서 더 괴로워한다.

후반부로 가면서 딸의 의식이 돌아오고 딸과 아내가 번갈아 한 육체를 오가다 마지막에는 그 유명한 반전으로 끝이 난다. (개인적으로 스포를 싫어하기도 하고 이 반전에 대한 부분은 나무위키에 잘 정리되어 있으므로 궁금하면 그쪽을 참고하기 바란다.)

제목이 '비밀'인 이유도 물론 이 기묘한 관계 자체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비밀이기도 하겠으나, 이 반전이야말로 진짜 비밀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손을 잡자 그녀는 나지막이 속삭였다.

"여보, 그동안 고마웠어요. 나를 잊지 마세요."

나오코. 그는 다시 한번 부르려고 했다.

그러나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pg 462)

저자 스스로도 자신이 쓴 (수많은) 작품 중에서도 수작이라 평가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작품인데, 읽고 나니 과연 그러할만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적으로는 일어날 수 없을 일이기는 하나, 만약 그런 일이 나에게 발생한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가만히 고민해 보게 되는 작품이었다.

물론 유물론적인 입장에서는 육체와 정신이 분리될 수 없다고 믿지만 그럼에도 우리의 육체와는 별개로 영혼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다고, 적어도 존재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바람은 어쩔 수 없이 남아있는 것 같다.

유부남이면서 딸을 키우는 아버지이기도 하기에 작품에 상당히 몰입할 수 있었는데, 가족을 잃는다는 상상 따윈 하고 싶지 않기에 그들이 온전한 육체와 정신으로 오늘도 건강하게 내 곁에 있을 수 있다는 것에 새삼스러운 감사함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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