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갇힌 외딴 산장에서 히가시노 게이고 산장 3부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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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저자의 책을 몇 권째 읽었는지 세는 것을 포기했다.

최고의 작가라고 부른다면 이의를 제기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최고의 다작 작가라고 하면 그 누구도 이견을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작품은 제목을 비웃기라도 하듯 눈도, 외따로 떨어지지도 않은 산장에서 벌어지는 연쇄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다.

등장인물들은 특이하게도 천재지변이나 지리적 여건으로 조성된 밀실이 아닌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설정한 상황들 때문에 언제든 나갈 수 있지만 그러지 못하는 아이러니 속에 갇히게 된다.

처음에는 누구 하나 추리극의 등장인물에 몰입하지 않았는데

어느새 다들 그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나도 마찬가지다.

(pg 203)

작품에서는 남자 넷, 여자 셋 총 7명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모두 연극배우로 유명 감독의 작품이라 다들 치열한 오디션을 뚫고 합격했다.

이 중 나머지 여섯은 같은 극단 출신이어서 서로 안면이 있는 반면, '구가'라는 인물만이 외부 출신이다.

당연히 외부인이 단 한 명이라면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으므로 초반부터 구가의 독백이 있어서 전지적 시점과 구가의 시점을 오가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인물들은 비밀리에 한 장소에 모일 것을 지시받고, 총 3박 4일을 머물러야 한다.

그들은 산장에서 모의 연극 스토리를 위한 가상의 사건들이 벌어질 것이라 예고 받는다.

언제든 외부에 연락하거나 나갈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오디션 합격은 취소된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이틀 밤에 걸쳐 두 명의 인물이 사라지지만 남은 사람들은 그 상황이 연극인지 진짜 살인이 일어난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 모든 인물들은 마치 마피아 게임을 하듯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주장함과 동시에 누가 범인인지를 의심하게 된다.

이 기막힌 상황 속에서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두뇌 게임이 진행되는 이야기다.

설정은 상당히 재미있었는데 결말이 다소 싱겁게 느껴질 수 있다.

작가의 평소 스타일대로 중간중간 힌트를 흘려주는데 이번 작품은 그게 좀 과했던 건지, 내가 그의 스타일에 익숙한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대충 어떤 결말일지 예상이 되는 전개였다.

하지만 살인과 시체가 난무하는 그의 미스터리 작품답지 않게 따뜻한 결말을 보여주니 읽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는 아닐 것이다.

워낙 작품 수가 많아 인상적인 작품의 수는 그리 많지 않게 느껴지고 이 작품 역시 명작 반열에 오르기는 힘들어 보이지만 그럼에도 가볍게 읽기엔 제격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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