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 단편선 -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김이랑 옮김 / 시간과공간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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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호'라는 칭호는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지만 톨스토이를 대문호라고 부르는 데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그의 글을 얼마나 읽었느냐 물으면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워낙 많은 판본으로 발행된 바 있지만 산뜻한 붉은색 표지로 발간된 단편선이 나와서 이번 기회에 읽어보게 되었다.

250페이지 정도로 두껍지 않은 분량에 총 일곱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데, 글씨도 크고 삽화의 비중도 적지 않아서 책을 잘 읽는 아이라면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만 되어도 충분히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그의 작품들이 삶을 좀 살아보았다면 더 가슴에 와닿을 법한 이야기들이 많기 때문에 단순히 글씨를 이해하는 것과 그 속에 담긴 뜻을 헤아려보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을 테니 성인이 읽기에도 매우 좋았다.

순서대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람에게는 얼마나 많은 땅이 필요한가', '하느님은 진실을 알지만 빨리 말하지 않는다', '도둑의 아들', '에밀리안과 북', '첫 슬픔', 그리고 '바보 이반'까지 저자의 대표적인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읽으면서 이 작품이 톨스토이의 작품이었다는 것을 몰랐을 뿐이지 생각보다 그의 작품을 꽤 많이 알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등장인물의 이름이나 지명처럼 세부적인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줄거리는 어땠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책의 포문을 여는 작품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꽤나 익숙한 내용이었지만 불혹을 앞두고 읽으니 새삼 느껴지는 바가 많은 작품이었다.

이처럼 모든 사람은 자기 자신의 노력이나 걱정이 아니라 사랑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느님은 사람들에게 생명을 주셔서 살아가도록 하지만

그들이 서로 떨어져 사는 것을 바라지는 않습니다.

사람들이 서로 어우러져 사랑으로 살아가길 바라십니다.

그래서 무엇이 필요한지 예견하는 능력을 주지 않으신 것입니다.

(pg 62-63,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中)

이어지는 '사람에게는 얼마나 많은 땅이 필요한가'는 인간의 욕심이 부질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아동용 동화로도 각색이 많이 된 작품이라 익숙한 내용이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시대를 초월해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생의 여정에서 한 번씩 되짚어볼 만하지 않나 싶다.

가장 마지막 작품인 '바보 이반' 역시 욕심 없이 '바보'처럼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이 결국 좋은 인생이라는 소박한 진리를 따뜻하게 전해준다.

그는 자신의 작품처럼 삶을 살아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생전에 저작권을 포기했다는 사실 역시 그가 남긴 주옥같은 작품들을 생각해 보면, 그리고 그가 무려 열세 명의 자녀를 두었다는 사실을 고려해 보면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처럼 그가 남긴 생애와 작품은 시대를 초월한 인류의 정신이 되었다.

각박해져가는 시대라고는 하지만 그가 남긴 작품들 속의 정신들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인생 길잡이가 되고 있다.

더운 날씨에 지나가는 사람과 살짝만 부딪혀도 극도의 짜증이 느껴지는 요즘, 시원한 곳에서 머리를 식히며 다시 톨스토이를 만난다면 따뜻한 이야기가 주는 잔잔한 감동과 함께 세상이 조금은 더 아름다워 보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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