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의 프레임 - 우리는 왜 가짜에 더 끌리는가
샌더 밴 데어 린덴 지음, 문희경 옮김 / 세계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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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가짜 뉴스의 시대가 열렸다.

정보화 시대라며 희망찬 21세기를 열 때에만 해도 정보의 홍수가 오히려 진실을 가리는 역할을 할 것이라 예측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사태가 심각한 만큼 가짜 뉴스를 다루는 책도 많이 나오고 있다.



이 책의 원제는 Foolproof, 직역하면 '속아 넘어가지 않는'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책의 저자는 오랜 기간 가짜 뉴스들을 연구하면서 가짜 뉴스에도 일정한 형식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사실 가짜 뉴스의 형식은 자극적인 소재, 확인되지 않은 전문가의 의견, 확연히 드러나는 정치적 의도 등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대강 짐작은 하고 있을 것이다.

가짜 뉴스는 이제 우리 삶의 여러 분야에 스며들고 있다.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가짜 뉴스처럼 딱히 해가 될 것 같지는 않은 것들부터 상대 진영 후보를 깎아내리기 위한 가짜 뉴스로 대선 결과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등 상대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주는 것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가짜 뉴스가 SNS를 만나 날개를 달게 되었다는 것이나 여러 폐해를 야기한다는 사실 자체는 지금까지 여러 책들에서도 다루었던 내용인지라 그리 새로울 것은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의 탁월한 점은 현상 분석이 아니라 해결책 제시에 있다.

저자는 이러한 가짜 뉴스가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처럼 기능한다고 보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바이러스와 접촉한 인간의 유형을 크게 감염자, 면역자, 회복자(감염 후 치료된 자)로 구분할 수 있듯이 이러한 가짜 뉴스에 접한 사람들도 이미 감염된 사람, 면역인 사람, 그리고 가짜 뉴스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사람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이러한 정신적인 바이러스 역시 예방과 치료를 위한 백신을 처방하는 것이 가능하다.

사람들에게 충분히 약화된 버전의 가짜 뉴스를 접하게 한 뒤 설득력 있는

사전 반박을 제공하면 가짜 뉴스에 대한 마음의 항체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사람들에게 더 풍부한 사실과 건강한 정보를 제공하는 방법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가짜 뉴스로부터 사람들을 제대로 보호하고 싶다면 예방 접종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pg 304)

저자는 이러한 유형들을 미리 학습할 수 있다면, 즉 가짜 뉴스가 자신을 어떻게 속이려고 하는지 그 유형을 미리 학습하거나 너무 낮은 수준의 가짜 뉴스에 사전 접촉되는 등(진짜 바이러스 백신처럼 매우 낮은 항원을 투약하는 방식) 자신을 속이려는 정보에 미리 대비할 수 있다면 사람들이 가짜 뉴스를 구분해 내는 능력이 유의미하게 향상될 수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저자는 아예 이러한 방식을 '예방 접종'이라 칭하고 있다.

완전히 진실이거나 완전히 거짓인 콘텐츠는 거의 없다.

미디어 조작은 대게 일말의 진실을 담고 중간의 회색 지대 어딘가에서 일어난다.

따라서 잘못된 정보의 확산에 사용되는 기본적인 기법에 대해 예방 접종을 받으면

스스로 정보의 신뢰도를 판단할 수 있다.

(pg 423)

저자가 직접 만든 예방 접종의 일환으로 'Bad News'라는 게임도 있다.

유저들이 직접 가짜 뉴스를 만들어봄으로써 가짜 뉴스의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게임인데 무료이니 관심이 있으면 들어가 보기 바란다. (https://www.getbadnews.com/)

(책에는 거의 모든 언어로 번역되어 있다고 했는데 거기에 한국어는 포함되지 않아서 매우 아쉬웠다.)

클릭만 하면 되는 간단한 게임이지만 그러면서도 어떻게 가짜 뉴스가 만들어지는지 매우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클릭 몇 번으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사칭 계정이 캐나다를 미국에 편입시키려 한다는 가짜 뉴스를 만들 수 있었다!)

(저자의 게임으로 만든 가짜 뉴스)

중반까지 가짜 뉴스를 분석하는 부분은 다른 책들의 시각과 비슷해서 새롭지 않았으나 중반 이후로 저자가 제시하는 해결책이 상당히 참신하면서도 설득력 있어서 몰입감 있게 읽은 것 같다.

재미나게도 이러한 정신적 백신 역시 시간이 지나면 효력이 약해진다고 한다.

주기적으로 이러한 책들을 읽음으로써 가짜 뉴스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보는 것도 좋은 처방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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