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면 저자를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스스로 목숨을 내던진 자를 좋아할 수 없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 말고도 '요설체'라 불리는 특유의 문장들이 읽기에 다소 거슬린다는 취향적인 이유도 있다. (이러한 문체를 '요설체'라 부른다는 사실은 '옮긴이의 말'에서 배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저자의 단편집이어서 읽기에 장편만큼의 부담을 주지는 않을 것 같다는 점, 그리고 책의 디자인이 너무 예뻐서 소장하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었다.
단편집이지만 400페이지가 넘어 살짝 두꺼운 느낌이고 총 12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마지막 작품은 저자가 일기처럼 쓴 글들을 두서없이 모아둔 것이어서 실질적으로는 11편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인간실격'이 저자의 삶을 그대로 소설로 풀어둔 느낌인데, 이 느낌과 비슷한 작품이 두 작품 수록되어 있다.
'어릿광대의 꽃'과 '우바스테'라는 작품인데 두 작품 모두 자살 시도를 했다가 실패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작품의 느낌은 두 작품이 매우 다른데, '어릿광대의 꽃'에서는 인물들 간의 부조화와 권태의 감정을 많이 보여준다면 '우바스테'는 보다 가볍고 밝은(?), 해학적인 느낌을 준다.
'인간실격'처럼 삶의 무게가 버거워 스스로 포기해버린 주제에 되도 않는 개똥철학을 나열하는 느낌이었다면 당장 책을 덮어버렸을텐데 다행히 그런 느낌은 주지 않아서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