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이 오사무×청춘 청춘
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 북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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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면 저자를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스스로 목숨을 내던진 자를 좋아할 수 없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 말고도 '요설체'라 불리는 특유의 문장들이 읽기에 다소 거슬린다는 취향적인 이유도 있다. (이러한 문체를 '요설체'라 부른다는 사실은 '옮긴이의 말'에서 배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저자의 단편집이어서 읽기에 장편만큼의 부담을 주지는 않을 것 같다는 점, 그리고 책의 디자인이 너무 예뻐서 소장하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었다.

단편집이지만 400페이지가 넘어 살짝 두꺼운 느낌이고 총 12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마지막 작품은 저자가 일기처럼 쓴 글들을 두서없이 모아둔 것이어서 실질적으로는 11편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인간실격'이 저자의 삶을 그대로 소설로 풀어둔 느낌인데, 이 느낌과 비슷한 작품이 두 작품 수록되어 있다.

'어릿광대의 꽃'과 '우바스테'라는 작품인데 두 작품 모두 자살 시도를 했다가 실패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작품의 느낌은 두 작품이 매우 다른데, '어릿광대의 꽃'에서는 인물들 간의 부조화와 권태의 감정을 많이 보여준다면 '우바스테'는 보다 가볍고 밝은(?), 해학적인 느낌을 준다.

'인간실격'처럼 삶의 무게가 버거워 스스로 포기해버린 주제에 되도 않는 개똥철학을 나열하는 느낌이었다면 당장 책을 덮어버렸을텐데 다행히 그런 느낌은 주지 않아서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당신도 알지? 내가 나약한 게 아니라, 괴로움이 너무 무거운 거야.

이건 투정이야. 원망이지.

하지만 그걸 입 밖으로, 분명하게 말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아니,

당신조차 내 철면피의 힘을 과신하고, 그 남자는 괴롭다, 괴롭다 해도 척이다,

시늉이다, 하고 가벼이 여기잖아.

(pg 184, '우바스테' 中)

책의 포문을 여는 작품인 '그는 예전의 그가 아니다'라는 작품은 상당히 재미있었다.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는데, 세입자의 뻔뻔함에도 무언가 모를 '천재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집주인이 계속해서 속아넘어가는 희극적인 작품이었다.

그밖에도 '등롱'과 '여학생'은 여성 화자가 이끌어가는 작품으로 다른 작품들과는 결이 다른 매력이 있었다.

그러면서도 '청춘'이라는 키워드 아래 묶인 작품들이어서 젊은 세대의 고민과 방황이 잘 느껴지는 작품들이었다.

우리는 결코 찰나주의자는 아니지만, 너무 먼 산을 가리키며 저기까지 가면

경치가 좋을 거라고들 말한다.

그건 분명 맞는 말이고, 조금의 거짓도 섞이지 않았다는 걸 알지만,

지금 이렇게 심한 복통을 앓고 있는데, 그에 대해서는, 모른 척하며 그냥 조금만

더 참아라, 저 산꼭대기까지 가면 다 해결된다, 하고 그저 그렇게만 가르친다.

(pg 262, '여학생' 中)

저자를 그리 좋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잘 읽었다.

'인간실격' 대신 이 책으로 저자를 먼저 접했다면 이렇게까지 싫어하진 않았을 수도 있었겠다 싶을 정도였다.

무엇보다 같이 출간된 '아쿠타카와 류노스케'의 책과 같이 두면 굉장히 예쁘기 때문에 책장 장식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무심결에 사도 후회하지 않을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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