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상하게 들릴 테지만 오로지 책을 읽고 싶어서 휴가를 낼 때가 있다.
그런 날 재미있는 책을 읽어야 보람이 큰데, 그런 면에서 이 책을 집어 든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400페이지가 넘는 약간 두꺼운 책이었지만 휴가 낸 것이 아깝지 않게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작품은 두 여성의 시각으로 진행된다.
피아니스트를 꿈꾸던 언니를 잃은 초보 작가와 자살로 아버지를 잃은 영화감독.
자살을 모티브로 한 영화로 이미 유명세를 얻은 감독은 다음 작품으로 15년 전에 한 마을에서 일어났던 살인사건에 주목하고, 그 마을 출신인 작가와 함께 사건에 숨겨진 전말을 함께 추적한다.
어린 시절에 그 마을에 살았던 것을 제외하면 전혀 접점이 없던 두 사람이지만 사건을 파헤쳐 감에 있어서 그 이상의 인연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두 여성의 시각을 오가며 진행된다.
두 사람 모두 어린 시절에 겪은 상처가 있는데 초반에는 이 상처들이 현재까지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가 조금씩 드러난다.
특히 소중한 누군가가 자살로 세상을 떠난 경험은 큰 상처로 남는다.
유족들은 그 죽음에 내 책임이 있지는 않은지 한참을 죄의식에 시달린다.
나 역시 친동생이 자살로 세상을 떠난 터라 인물들의 심정에 적잖이 공감할 수 있었다.
부모로부터의 학대 역시 상처의 큰 축을 이룬다.
아이에 대한 과도한 기대와 그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때의 처벌이라는 극단적인 관심 속에 발생하는 학대와 방치와 외면이라는 극단적인 무관심 속에 발생하는 학대가 모두 다루어진다.
개인적으로도 아이를 키우는 아비다 보니 나는 아이에게 어떤 기대를 하고 있고, 아이 눈에 나는 어떤 모습으로 비칠까 궁금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