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진화의 가장 대표적인 관계는 목숨/식사 원리라 부르는 법칙에 따르는 동물들이다.
흔히 볼 수 있는 초식동물과 육식동물의 관계를 떠올리면 되는데, 육식동물의 경우 사냥에 실패하면 그저 한 끼를 굶을 뿐이지만 초식동물은 한 번 도망에 실패하면 그 즉시 목숨을 잃게 된다.
따라서 진화에 대한 압박이 더 강한 쪽은 언제나 초식동물이기에 초식동물의 진화 속도가 더 빠르고, 육식동물은 이 뒤를 따르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역학 때문에 육식동물의 사냥법이 아무리 발달해도 초식동물들이 멸종하지 않고 공진화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일반적인 방식을 따르지 않는 생물들이 훨씬 더 많다.
탁란하는 새들부터 바이러스 같은 기생 생물에 이르기까지 여러 사례가 등장하지만 그중에서도 역시 가장 재미있는 것은 성선택과 관련된 내용들이다.
공작새처럼 누가 봐도 생존에 불리할 것 같은 진화 형태를 보이는 생물들이 있다.
여기에도 재미난 법칙이 적용되는데, 몸을 아름답게 치장하는 종의 경우 암수 중 육아에 책임을 지지 않는 성별이 몸을 치장하는 방향으로 진화한다는 점이다.
공작처럼 이런 경우는 주로 수컷들이지만, 드물게 암컷이 치장하는 형태로 진화하는 종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수컷들이 알이나 새끼를 돌본다.
육아에 쓰일 에너지가 몸 치장으로 전환될 수 있어야지만 그런 방향으로 진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또한 외부환경의 변화가 세대를 거듭하며 진화를 축적할 시간보다 월등히 빠르다면 당연히 종 전체가 절멸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빠른 변화 중 상당수가 인간의 활동에 기인한다는 점은 반드시 기억해야 할 내용일 것이다.
책에서도 인간의 눈에 띈지 불과 27년 만에 절멸한 '스텔러바다소'의 사례가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