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의도적으로 정치, 사회 분야의 책들을 다소 멀리한 감이 있다.
내 정치적 성향과 맞는 책들은 이제 그 이야기가 그 이야기 같아서 재미가 없고, 내 정치적 성향과 반대되는 책들은 어차피 개소리로밖에 느껴지지 않을 테니 손을 대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은 제목과 소개를 보는 순간 읽고 싶다는 열망이 샘솟았다.
대체 민주주의라는 것이 과할 수 있는 개념인가? 그리고 저자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제목을 보면 직관적으로 '그래서 정치에 관심 끄고 사는 것이 좋다는 의미일까?'라는 질문이 떠오를 텐데 이에 대한 답변부터 하자면 저자는 절대 그렇지 않다는 점을 서두에서부터 책이 끝날 때까지 강조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저자가 제목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부분은 우리가 민주주의라는 개념을 이미 신념의 수준으로 상당 부분 체화하고 있는데, 여기에 최근의 양극화 현상이 더해져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왔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현대의 양극화된 민주주의는 우리 편의 승리는 곧 상대의 패배를 의미한다.
성숙한 시민이라면 결과에 승복해야 마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패배한 자들이 다음 선거까지 무조건적으로 복종해야 한다고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원하는, 그리고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민주주의는 우리 진영이 패배했을 때에도 우리의 목소리를 충분히 낼 수 있어야 하고 그 목소리를 상대편에서는 경청해야 한다.
바로 이 지점이 갈수록 심화되는 양극화 때문에 위협받는 민주주의의 현 상태이며 저자가 우려하고 있는바이다.
즉,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나와 의견이 같지 않은 사람들 역시 나와 동등한 시민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하는데, 갈수록 우리는 나와 정치적 견해가 다른 사람들을 '못 배운 사람들, 나라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들, 가짜 언론에 속아 넘어간 순진한 사람들'로 격하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선거라는 승부 이후에는 승자와 패자만 존재하는 비민주적인 상태만 남게 된다는 것이 문제의식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