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삼체'를 읽고 감동의 여운이 아직 남아있을 무렵, '류츠신은 신이었어'라는 생각마저 들 때쯤 그가 추천한 작품이라는 마케팅 문구가 눈에 띄었다.
보통 이런 문구에 혹해서 읽게 된 책들의 경우 실망하기 쉬운데, 이 책은 기본적으로 SF로 분류되어 있기도 해서 취향에는 맞지 않겠나 싶어 집어 들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의 추천은 틀리지 않았다.)
웬 붉은 산이 표지에 그려져 있나 싶겠지만 제목을 보면 저게 다 쓰레기라는 사실을 금세 알아챌 수 있다.
이 작품은 표지처럼 쓰레기 더미 속에서 희귀한 물질을 채취해 재활용하는 중국의 한 쓰레기 섬을 배경으로 한다.
이 섬에서 희귀하고 값비싼 희토류를 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채취할 수 있었기 때문에 섬을 둘러싸고 세 개의 세력이 서로 견제하며 부를 축적하고 있었고, 여기에 미국의 회사가 뛰어들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려내고 있다.
작품의 중반까지는 이 작품이 딱히 SF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쓰레기 더미를 뒤지며 하루하루 연명하는 사람들(작품 속에서는 이들을 '쓰레기인간'이라 부른다)에 대한 다큐를 본 적이 있었는데 그 다큐에서 본 모습과 이 작품의 초반부가 상당히 비슷했기 때문이다.
단지 작품 속 사람들이 작업하는 쓰레기가 좀 더 진보된 기술로 만들어진 쓰레기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당연히 극심한 환경오염과 빈부격차가 뒤따른다.
쓰레기를 분리하는 사람들에게는 심지어 네트워크 데이터의 속도조차도 제한된다.
이들은 터무니없는 현실의 부조리 속에서 자연히 현실보다는 내세나 정령 등 무속적인 신앙에 의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