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놀라운 작품을 어떻게 정리하면 좋을까.
지금까지 꽤 많은 SF 작품들을 읽었고 개중에는 명작이라 불리는 작품들도 많았는데 이 작품 역시 그 칭호로 불려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생기기 어려울 것 같다.
평범해 보이지만 무슨 뜻인지 언뜻 짐작하기 어려운 제목에 개인적인 반중 감정이 더해져 구매 버튼을 누르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조금이라도 더 빨리 이 작품을 읽지 않았다는 것이 아쉽게 느껴질 정도다.
제목인 삼체는 말 그대로 세 개의 물체를 의미하는 물리학 개념이다.
질량이 비슷한 물체 두 개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움직이고 있다고 할 때, 그 두 물체의 질량과 속도를 알고 있다면 미래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것은 비교적 간단한 일이다.
하지만 그 물체가 세 개가 되면 그 세 물체는 카오스적으로 움직여서 미래의 움직임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수학적으로는 이미 일반해를 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밝혀졌다.)
이 작품은 태양을 세 개 가진 행성이 존재하고, 그 안에 지적 생명체가 살고 있는 우주를 가정하고 있다.
그 세계를 삼체 세계라 부르는데, 이 세계의 문명인(삼체인)들은 당장 내일의 날씨조차도 예측하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끊임없이 적응하며 기어코 항성 간 이동이 가능한 수준의 과학기술 발전을 이뤄낸다.
하지만 과학이 그 정도로 발달해도 삼체문제는 여전히 해결할 수 없었기에 삼체인들은 행성을 버리고 새로운 행성으로 떠나려 한다.
그 무렵 지구에서도 한참 외계 생명체를 찾겠다며 SETI 프로젝트 같은 것들을 가동하기 시작했고 중국에서도 비슷한 시도를 한다.
그중 한 시도가 삼체 세계에 도달하게 된다.
태양이 하나뿐인 이상적인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삼체인들은 지구로 원정을 결정한다.
삼체 세계와 지구는 4광년 떨어져 있었고, 삼체의 함대가 지구에 도달하기까지 약 400년의 시간이 남았다는 것을 알게 된 지구인들은 삼체인들에 맞설 준비를 시작한다.
재미있는 점은 삼체 세계와의 만남이 인류와 삼체인의 배신자들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처음 신호를 받은 삼체인은 추가적인 메시지가 도착할 경우 삼체인들이 해당 행성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에 추가적인 회신을 하지 말라고 충고함으로써 동족을 배신한다. (물론 아래에 서술할 삼체인의 특징 때문에 곧바로 붙잡혀 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메시지를 보낸 인류의 배신자는 문화대혁명 때 인류의 바닥을 이미 경험한 뒤여서 차라리 외계 문명에 의해 멸망하는 편이 좋다고 판단하여 기어코 추가적인 회신으로 그들을 태양계로 초대한다.
여기까지가 대략 1권 후반부 정도의 내용이고, 1권이 3권 중 가장 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