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의 숲에서 - 바이칼에서 찾은 삶의 의미
실뱅 테송 지음, 비르질 뒤뢰이 그림, 박효은 옮김 / BH(balance harmony)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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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여행가이자 작가인 '실뱅 테송'이 바이칼 호수 근처의 한 오두막에서 보낸 6개월 동안 쓴 글을 '비르질 뒤뢰이'라는 작가가 그래픽 노블로 표현해 낸 책이다.

원문의 경우 국내에는 '희망의 발견: 시베리아의 숲에서'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바 있다.

내용은 제목처럼 매우 담백하다.

저자가 말 그대로 시베리아의 한 숲에 있는 외딴 오두막에 들어가 살게 되는 이야기다.

가장 가까이 있는 이웃을 만나려면 한나절 이상을 걸어야 하는 오지 중의 오지다.



떠나기 전 저자는 장을 보다가 진열장에 케첩이 열댓 종류나 된다는 것에 의문을 품는다.

왜 우리는 고작 케첩에까지도 이렇게나 많은 선택지를 만들어 복잡하게 살고 있을까?

저자는 현대인과 현대 사회의 복잡함을 떠나 오지에서의 새로운 6개월을 보낸다.

들어갈 무렵에는 모든 것이 얼어붙은 겨울이었고 나올 무렵에는 얼어있던 호수가 녹아 배를 탈 수 있을 정도의 봄이 된다.

저자는 이 오두막에서 오로지 자신에게만 몰두하며 시간을 다스리는 방법을 배워간다.

(pg 25)

우리나라의 중년 남성들도 유독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을 좋아한다는 점이나 최근의 캠핑, 차박 등이 인기를 끄는 현상에도 근원적인 이유는 저자가 시베리아를 선택한 이유와 같지 않을까 싶다.

복잡한 사회,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오로지 자신의 내면에만 천착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그래픽 노블 형태라서 쉽게 읽히고 분량도 그리 길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책이 가볍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저자가 보여주는 시베리아의 삶과 그의 생각들이 깊은 울림으로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특히 그림이 글과 상당히 잘 어우러져서 글의 여운을 느끼며 오랜 시간 그림도 감상할 수 있었다.

요즘 사람들에게 툭하면 쏟아지는 눈과 비, 문만 열면 야생 곰이 지나다니는 오지에서 홀로 6개월을 견딘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 6개월이 힘들어 보인다기보다는 오히려 행복해 보이고 그래서 부럽기까지 했다.

육신의 편안함을 상당히 중시하는 편인지라 내가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싶지만 그렇게 긴 기간이 아니라면 꼭 도전해 보고 싶은 형태의 삶이었다.

저자의 글도 담백하면서도 울림이 좋아서 이 책을 다 읽자마자 그의 대표작이라는 작품을 대출했다.

이렇게 또 한 명의 좋은 프랑스 작가를 알게 되어 기쁜 마음으로 다음 독서로 넘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사람들이 내게 왜 이곳까지 들어왔느냐 물으면,

나는 밀린 독서를 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할 것이다.

내면의 삶이 곤궁하게 느껴질 때는 좋은 책을 읽어야 한다.

그러면 언제든 가난한 마음을 채울 수 있다.

(pg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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