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모든 버전
그레이스 챈 지음, 성수지 옮김 / 그늘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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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SF에서 마인드 업로딩은 이제 새로운 주제는 아니다.

많은 작품들이 마인드 업로딩 이후의 사회를 그려왔고 기술적으로도 실현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 작품 역시 마인드 업로딩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이 작품만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마인드 업로딩 기술이 이제 막 개발되어 사회에 적용되는 시점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작품의 배경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환경 파괴로 보호장비 없이는 밖에 돌아다닐 수도 없는 지구, 사람들은 더 이상 실외에서 자연을 느낄 수 없기에 '가이아'라고 하는 VR 세상을 찾는다.

마치 영화 '매트릭스'처럼 이상적인 세상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그곳에서 사람들은 점차 많은 시간을 보낸다.

주인공인 '타오이'는 젊은 여성으로 '네이빈'이라는 남성과 오래 교제하고 있었다.

'네이빈'은 선천적으로 신장이 좋지 않아 몇 년 전 수술을 받았는데 이후로도 주기적으로 세척을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 극심한 고통이 따른다.

그러던 중 '가이아'를 운영하는 회사에서 마인드 업로딩 기술이 완성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네이빈'처럼 신체적인 고통에 시달리던 사람들이 가장 먼저 업로딩을 통해 '가이아'로 떠나버린다.

지구는 더 이상 탄소 기반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곳이 아니에요.

우리는 항상 이 지구를 떠나는 게 인류를 보존할 수 있는 유일한 답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틀렸어요. 훨씬 더 멋드러진 솔루션이 나타난 거죠.

우선 우리는 항상 신선한 공기, 싱싱한 식물, 깨끗한 물에만 의존해 왔어요.

그런데 곧 그런 원시 자원에 대한 필요성이 없어질 거에요.

(pg 164-165)

'타오이'는 '가이아'에서 만나는 '네이빈'에게 왠지 모를 어색함을 느끼지만 '네이빈'은 끊임없이 '타오이'에게 업로딩의 세계로 오라고 말한다.

업로딩의 인기는 엄청나서 기술 도입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 세계의 인구가 100만 명 대로 떨어진다.

이런저런 핑계로 업로딩을 미루던 '타오이'는 병을 앓던 어머니의 임종을 지킨다.

'타오이'는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남긴 유언을 따라 긴 여정에 오른다.

업로딩은 '거래'다. 더 크고, 더 새롭고, 더 빛나는 것을 위한 거래.

지구는 그 쓰임을 다했다.

지구 밖에서 새롭게 살 수 있는 곳에 관한 연구, 그리고 발전 속도는 아주 느렸다.

최소한의 저항을 받는 해결책이었다.

모두를 디지털 유토피아로 이주시키기 위해서 인류는 집단 거부 행동을 영속했다.

(pg 360)

작가의 말에서 작가가 대놓고 표현하고 있듯이 이 책은 '테세우스의 배' 딜레마를 다루고 있다.

인간의 뇌를 스캔해 그대로 디지털 세계로 옮길 경우에도 이를 자신이라 할 수 있는가를 묻는 것이다.

나 자신뿐 아니라 타인을 볼 때에도 그렇다.

그 사람이 나와 함께 한 모든 기억을 가지고 있지만 피와 살이 아닌 데이터로 존재할 때 그 사람을 동일인이라 생각할 수 있을까.

타오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타오이의 어머니가 그랬듯이 타오이 역시 인간으로서 노화와 질병을 겪으며 사라지는 길을 택한다.

인구가 너무 줄어 기본적인 인프라 작동도 멈춘 세상에 남겨지는 선택을 한 것이다.

실제 마인드 업로딩 기술이 현실화되었다고 했을 때에도 이렇게 인기가 좋을지는 미지수다.

현재 가능한 시나리오는 죽음 이후에 뇌를 스캔해 유족이 죽은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정도로 구현하는 것은 꽤 현실성이 있다고 한다.

나도 죽음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면, 그때 이 기술이 현실화되어 있다면 한번 시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은 든다.

나라는 사람의 사유가 없어지지 않고 유지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문제의식도 좋았고 저자가 설계한 미래의 모습도 꽤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다만 소설로서 읽는 재미가 좋았느냐 하면 솔직히 약간 지루한 편이었다고 평하고 싶다.

딱히 사건이라고 할만한 일들이 많지 않고 내면의 갈등에 초점을 맞춘 부분이 길어서 그런 모양이다.

물론 기후 위기의 해답으로 '다 같이 매트릭스로 떠나자'라는 선택지를 고른 저자의 미래 사회가 상당히 흥미롭기 때문에 SF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읽어봄직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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