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단의 마술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8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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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작가의 책을 읽게 된 이후로 누군가가 나에게 300페이지가 넘는 책을 하루 안에 볼 수 있냐고 물으면 '그렇다'라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단순히 책 읽는 속도가 빠르다고 가능한 일은 당연히 아닐 것이고, 기본적으로 이야기 자체의 매력이 있어야 한다.

이 작품 역시 배송받은 날 다 읽은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작가가 탄생시킨 탐정 캐릭터가 여럿인데, 제목을 보고서는 마술사라는 설정이 붙은 '블랙 쇼맨'이 등장하는가 했었는데 의외로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다.

이 작품 역시 초반에는 서로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일련의 사건들을 경찰들이 조사하다가 중후반 이후로 '유가와'가 개입하면서 실마리들이 풀어지는 전개를 보여준다.

초반에 일어나는 사건은 크게 세 가지다.

한 여성이 혼자 호텔 스위트룸에서 죽은 채 발견된 사건이 있었고, 뒤를 이어 사상자는 없었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폭발 사고가 몇 차례 일어난다.

그러다가 한 르포라이터가 살해된 채 발견된다.

시간 차이도 꽤 나는 이 세 가지 사건들이 어떤 연관성을 갖고 있는지를 추적하는 내용이라 보면 되겠다.

참고로 위에서 정리한 내용은 책의 커버보다도 스포일러를 덜 담고 있다.

저자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커버는 과감히 빼버리고 읽기를 추천한다.

하단의 감상에도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므로 책을 읽기 전이라면 꽤 재미있으니 읽어보라는 추천을 마지막으로 아래의 내용은 읽기 않기를 바란다.

이번 작품에서는 '탐정 갈릴레오'로 불리는 '유가와'와 사건이 개인적으로 엮여있어서 사건 해결이 더 극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았다.

'유가와'가 동아리 모집에 어려움을 겪던 한 고등학생을 도와 실험을 준비한 적이 있었는데 그 고등학생이 성장해 모종의 범죄를 계획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혹을 받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물론 '유가와'는 짧지만 자신에게 가르침을 받은 그 인물이 그런 끔찍한 범죄를 저지를 리 없다고 굳게 믿고 있다.

하지만 과학 그 자체는 언제나 잘못이 없다.

그저 잘못 사용하는 인간이 있을 뿐이다.

물론 과학 기술의 발전에는 늘 그런 측면이 있다,

과학이 좋은 일에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요는 그것을 다루는 인간의 마음에 달렸다,

사악한 인간의 손에 주어지면 과학은 금단의 마술이 된다,

과학자는 그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말했어.

(pg 209)

하지만 저자는 그렇기 때문에 더욱이 과학을 사용함에 있어서 생명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심하게 나눠진 사건의 조각들이 다 맞춰지는 결말에서 이 부분을 다시 한번 강하게 언급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그의 작품이 재미있게 느껴지는 이유도 단순히 자극적인 사건들의 해결뿐 아니라 인간으로서 추구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가를 한 번쯤 생각해 보게 만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지뢰는 핵무기와 나란히, 과학자가 만든 최악의 물건이다.

어떤 경우라도 과학 기술로 인간을 해치거나 생명을 위협하는 일은 허용되지 않는다.

나는 과학에 뜻을 둔 사람으로서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고 싶다.

(pg 338)

결말도 나름 모두가 해피하게 잘 끝난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그렇기 때문에 다소 아쉬움이 남는 결말이었다.

쓰레기 같은 인물을 만들어놓고, 또 그 인물이 추락할 수 있을 충분한 떡밥도 남겨두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인물에게 합당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고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물론 꼭 죄를 지은 사람이 복수를 당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이 작품에서는 일개 개인들이 사회 지도층을 담그기는 쉽지 않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 같기도 해서 아쉽게 느껴졌다.

그 또한 좋지 아니한가, 하고 생각했다.

목숨을 노리는 자가 있다는 건 이른바 진정한 정치가가 되었다는 뜻이다.

단, 이 길은 되돌아갈 수 없는 길이다. 끝까지 돌진하는 수밖에 없다.

사람의 도리를 벗어났으니 당연한 일이다.

(pg 306)

결말이 약간의 아쉬움을 남기긴 했지만 서두에서도 강조했듯이 재미만큼은 이번 작품에서도 충분히 보장된다.

뒷이야기가 궁금해 빨리빨리 책장을 넘기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니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이번 작품 역시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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