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의 약속 나츠메 형사 시리즈
야쿠마루 가쿠 지음, 남소현 옮김 / 북플라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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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읽는 저자의 작품으로 앞서 읽었던 두 작품이 상당히 재미있었기 때문에 기대가 되었다.

총 다섯 개의 장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각각 다른 사건을 다루고 있는 단편 모음집이라고 보면 되겠다.

하지만 다섯 이야기 모두 '나츠메'라는 통찰력 좋은 형사의 활약으로 해결되기 때문에 드라마를 보는 느낌으로 읽을 수 있었다.

(e북으로 읽었는데 해당 콘텐츠에 페이지가 적혀 있지 않아서 발췌문에 페이지를 표기하지 못했다.)

이 작품 전에도 '나츠메' 형사가 활약하는 '형사의 눈빛'이라는 작품이 있는 모양이지만, 그 작품을 읽지 않았어도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등장인물 소개를 잘 해주고 있기 때문에 그다지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물론 이 책을 읽고 나면 그 책의 결말을 대충 알게 되는 부작용이 있긴 할 것이다.)

처음에는 바쁜 동료들을 두고 칼퇴근을 꼬박꼬박 일삼는 얌체 같은 형사인가 했지만 사실은 몇 년 전 딸이 강도에게 둔기로 머리를 맞아 식물인간 상태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인물의 매력도가 확 올라간다.

그런 배경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보통의 경찰이나 검찰이 사건의 범인을 제대로 잡았으면 사건을 종결시키려고 하는 반면, 나츠메는 그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를 모두 찾아내고자 노력한다.

첫 이야기인 '호적 없는 아이' 편에서 일어난 사건이란 그저 한 아이가 절도 행각이 발각되자 마취 가스를 살포하고 도망친 것에 지나지 않지만 그 이면에는 피도 섞이지 않은 아이를 지켜내고자 했던 양부모의 애정을 발견했고, 두 번째 이야기인 '불혹'에서는 복수심에 불타는 친구를 막아냄과 동시에 그 친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준다.

정말로 내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될 때까지

충분히 헤매고 고민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보는데.

불혹은, 쓸데없는 세상의 가치관에 미혹되지 않고

내가 내 인생의 주체가 되어 끊임없이 헤매고 고민해가는 거라고 생각해.

'피의자 사망'에서는 자칫 갱생 불가능한 쓰레기로 낙인찍힌 채 죽어버린 용의자가 사실은 변화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했었다는 사실을 밝혀내 유족에게 전해주기도 하고, '마지막 거처'에서는 살인 죄로 복역 중인 아들을 두었지만 모정을 끊을 수 없었던 할머니에게 마지막으로 아들을 찾아가 볼 것을 권하기도 한다.

마지막 이야기인 '형사의 약속'은 자신이 해결했던 사건의 피해자가 되려 가해자가 되어 버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와의 약속을 지키려는 나츠메의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피와 시체가 난무한 작품이지만 그 안에 따뜻함을 많이 넣은 이야기들이었다.

물론 범죄자들에게 사연이 있었다고 해서 그들의 범죄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뉴스에서 기사로 접하는 사건들의 이면에는 생각보다 인간적인 이야기들이 담겨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저마다 마음속에 증오나 욕망, 분노, 잔인함 같은 감정을 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평소에는 잘 모르고 지내지만 어떤 계기로 그것이 겉으로 터져 나와 점점 증식하다가

이성으로는 제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는 거죠.

앞서 접했던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상당히 재미있게 읽은 것 같다.

사실 e북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책을 내려놓을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나츠메 형사라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등장하는 후속작 '형사의 분노'라는 작품도 출간되어 있는 등 국내에 소개된 작품들도 꽤 있어서 조만간 또 접하게 될 작가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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