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이 답이 되는 순간 - 어떤 세상에서도 살아가야 할 우리에게 김제동과 전문가 7인이 전하는 다정한 안부와 제안
김제동 외 지음 / 나무의마음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방송인 김제동이 7인의 전문가들을 만나 진행한 대담을 엮은 책이다.

보통 한 권에 여러 꼭지가 들어 있는 책을 그리 선호하지는 않는데 이 책은 물리학자 김상욱, 건축가 유현준, 천문학자 심채경, 경제전문가 이원재, 뇌과학자 정재승, 국립과천과학관장 이정모, 대중문화전문가 김창남 등 이름만 들어도 누군지 알법한 전문가 7명의 생각을 한 권으로 만나볼 수 있는 매력적인 구성이라 읽어보게 되었다.

7명 중 과학자 세 명은 이미 저서들을 통해 익숙한 이름들이었고 김창남 교수 역시 전 직장에서 자주 뵙던 분이어서(물론 나를 기억하고 계실 것 같지는 않지만) 익숙했다.

기존에 읽었던 저서에서 언급한 내용들이 대부분이라 새로운 부분은 적었지만 예전에 읽었던 내용을 다시 떠올려보기에 좋았던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한 세 명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인물은 경제전문가 이원재 대표였다.

뭔가 미국 MBA 출신의 경제전문가라고 하면 당연히 성장 지표를 우선하는 경제 정책을 옹호할 것 같은데 특이하게도 기본소득을 굉장히 심도 있게 연구하고 있었다.

'한 사회를 구성하는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GDP의 일정 부분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라며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들에게 일정 금액을 차별 없이 지급하는 방안인데, 짧은 내용 안에 세제 개혁 등 구체적인 재원 확보 방안까지도 상세히 다루고 있어 흥미롭게 읽었다.

경제 문제가 '분배'의 문제였다면 이어지는 이정모 관장이 제기한 식량 문제와 김창남 교수가 제기한 문화적 다양성 문제 역시 '분배' 문제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식량은 이미 전 인구를 먹여 살리고도 남아 썩어갈 정도로 농업 생산량은 많아졌지만 이를 시혜적으로 풀면 시장 경제가 타격을 받기 때문에 버리는 선택을 하고 있고, 문화 역시 돈이 몰리는 작품들만 노출이 되기 때문에 한 쪽에서 천만 영화가 탄생하는 동안 다른 쪽에서는 많은 작품이 사장되는 등 선택지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정모 관장의 경우 이러한 문제 역시 기술이 해결책이 될 것이라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기술이 분배 문제를 자동으로 해결해 줄 날은 결코 오지 않을 것 같다.

기술에는 '방향'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처럼 기술의 발달이 인간과 어떤 관계를 맺게 될지를 성찰하는 기회들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나 싶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는 우리를 둘러싼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인류를 향한 희망과 애정을 엿볼 수 있다.

물리학자이기에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고 말하며 건축가이기에 사람과의 소통을 이야기하고, 천문학자이기에 범지구적인 협력을 강조한다.

경제전문가이기 때문에 사회를 이루는 모든 주체가 중요하다고 말하며 과학관의 수장이기 때문에 보다 많은 사람들의 참여가 중요하다는 것을 믿고 대중문화전문가이기 때문에 다양성과 관계의 중요성을 외친다.

인류의 미래에 대해 낙관이냐, 비관이냐 묻는다면 전 항상 낙관입니다.

"우리는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해결이 쉽진 않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합의하기도 정말 어렵겠지만 우리는 결국 해내고 말 것이다."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pg 555)

코로나가 한참 전 세계를 휩쓸고 있던 시기에 나온 책인지라 코로나 이야기가 많은데 그러다보니 나온 지 3년밖에 되지 않은 책인데도 뭔가 옛날이야기를 하는 느낌이 든다.

그만큼 빨리 팬데믹을 극복했고 빨리도 잊는 것 같다.

뒤처진 개인에게 손을 내미는 사회는 아직도 요원하고 각자도생, 경쟁 일변도의 삶도 계속된다.

하지만 그때의 경험은 아직 사람들의 무의식에 깊이 남아있다.

사람은 결국 사회 속의 동물이고 사회는 국가에, 국가는 세계에, 세계는 지구에, 지구는 우주에 속해있다.

모두가 다 연결되어 있다는 깨달음이 전 인류를 꿰뚫는 단 하나의 진리로 자리 잡는 그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