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는 저자가 직접 시행한 여러 환자들의 사례가 등장한다.
그중에는 잘 준비되어 환자 본인이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슬픔과 기쁨이 공존하는, '나도 저런 상황이라면 저렇게 죽는 것도 좋겠다' 싶은 사례도 있고, 환자 본인은 시행을 원했지만 성년 자식이 반대해서 끝내 시행하지 못한 사례나 주변에 아무도 없어서 끝내 혼자인 채로 시행하는 의사와 함께 임종을 맞는 좋지 않은 사례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모든 사례들에서 이 제도에 대한 저자의 투철한 사명감과 이를 시행하고자 하는 환자들의 굳은 결심을 엿볼 수 있어 가슴이 먹먹해지는 잔잔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람마다 고통의 역치도 다르고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의 정의도 다 다르다.
스스로 화장실조차 갈 수 없을 때에도 삶을 부여잡고 싶은 사람이 있는 반면, 영화 '미 비포 유'의 남자 주인공처럼 하반신 마비라는 비교적 흔한 장애에도 삶을 이어가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다.
저자가 책 내에서 여러 번 강조하고 있듯이 이 제도의 가장 큰 의의는 환자에게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하나 더 열어준다는 것이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이들에게 그저 주어진 고통을 인내하라고, 원해서 태어난 것이 아니듯 원해서 죽을 수는 없다고 말하는 것이 오히려 더 비인간적이지 않나 싶다.
인간의 평균 수명만큼 산다고 했을 때 아직 그 절반도 채 살지 못했지만 할머니의 죽음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경험에 의하면 나는 적어도 할머니처럼 죽고 싶지는 않다.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죽는다는 사치를 누리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내가 나라는 것을 자각할 수 있고 내 스스로 삶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은 가져갔으면 좋겠다. (쉽게 말하면 벽에 X칠 하면서까지 살고 싶지는 않다는 말이다.)
이 제도가 아직 국내에는 불법이어서 더 관심 있게 읽은 것 같다.
종교적인 이유, 악용될 가능성 등 여러 이유가 있어서겠지만, 장점만 있거나 단점만 있는 제도는 없을 것이다.
본 제도가 갖는 순기능이 분명 있고 국내에도 이 제도의 도입을 기다리는 환자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건강한 논의를 거쳐 제도화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