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보통 시 - 서울 사람의 보통 이야기 서울 시
하상욱 지음 / arte(아르테)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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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책을 읽기 전에 출판사의 소개를 먼저 읽게 되는데 이 책의 소개 글에 따르면 저자가 SNS를 중심으로 충격적인(?!) 시들을 공개하며 충격을 안겨준 것이 벌써 10년 전 일이라고 한다.

세월의 빠름과는 별도로 그가 낸 종이책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에도 놀랐다.

작곡도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모양인데 그런 그가 오랜만에 본업(?)으로 돌아왔다는 소개에 소장하고 싶은 욕심이 들어 읽어보게 된 작품이다.

특히 책 속 그림도 저자가 직접 그렸다고 해서 더 기대가 되었다.



이 책 역시 인터넷에서 가끔 보던 저자 특유의 짧지만 강렬한 재미를 주는 작품들로 가득하다.

인상 깊은 구절들이 많아 옮기고 싶지만 워낙 짧은 글들이라 저작권이 걱정되어 직장인 입장에서 정말 공감이 갔던 몇 가지만 추려 소개해 볼까 한다.

먼저 SNS에서 보던 것과 종이책은 어떻게 다를까가 가장 궁금했는데, 확실히 저자가 수록 작품들의 순서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것이 책장을 넘기다 보면 느껴지는 것 같다.

예전에 쓴 글과 추가된 글이 내용상 연관성이 있게 배치되어 있어서 읽는 재미가 좋았다.

하면

할수록

느는것

같아

- 하상욱 단편 시집 '업무량' 에서 -

(pg 22)

"거 봐. 하다 보면 는다니까."

(pg 23)

기대했던 삽화의 경우에도 매우 절제된 수준으로 잘 실려 있었다.

특히 아래의 삽화는 웃기면서도 짠한 감정을 단순한 그림체로 잘 살렸다는 느낌이 들어서 이 책에서 딱 한 장의 그림만 소개한다면 아래의 그림을 소개하고 싶다.

(pg 214-215)

개인적으로 이 책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10년 넘게 서평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400권이 넘는 책의 서평을 썼지만 그중 시집이라 할 수 있는 건 이 책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물론 진지하게 시를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 책이 무슨 시집이냐, 오히려 유머집에 가깝지 않느냐고 반박할지도 모르겠다.

읽는 이에 따라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개인적으로는 그런 시각이 아이돌 음악이 한참 태동하기 시작할 때 '이게 음약이냐'라고 떠들던 사람들의 견해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그랬던 사람들이 지금의 K-Pop 열풍을 보고서는 어떻게 느낄지 사뭇 궁금해진다.

마찬가지로 문학적인 아름다움과 대중적인 인기는 비례하지 않을 수 있고 또 비례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대중문화'라는 속성에 더 적합하지 않나 싶다.

저자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그가 굉장한 문학적 성취를 일궈냈기 때문이 아니라 아주 짧은 글 안에 자신의 생각을 함축적으로 담아내면서도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웃음을 이끌어내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것에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충분히 일독할 가치가 있었다고 말하고 싶다.

워낙 짧은 글들의 모음이라 글자만 읽겠다고 하면 과장 없이 20분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읽다 보면 잠깐 동안의 웃음과 가만히 생각해 보게 만드는 저자의 글이 가진 힘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즐거운 금요일이지만 이틀 뒤 나에게 읽어 주는 글로 소개를 마무리할까 한다.

가만있는

사람

짜증나게

하네

- 하상욱 단편 시집 '내일 출근' 에서 -

(pg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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