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섭적 인생의 권유 - 최재천 교수가 제안하는 희망 어젠다 최재천 스타일 2
최재천 지음 / 명진출판사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최재천 교수가 대한민국에 '통섭'이라는 단어를 소개한 지도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다.

이 책 역시 10살이 넘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 '통섭'은 발도 못 붙이고 있는 것 같고 이제는 통섭을 뜻하는 단어도 '융복합'으로 변화해 버렸다.

특히 대학에서 일을 하다 보니 더 그렇게 느끼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아직도 대학 내 전공의 벽은 견고하고 학생들 역시 부, 복수 전공 등으로 자신이 융복합 인재라는 것을 내세우지만 그것이 학문의 발전으로 이어지기보다는 취업 전략의 일환으로만 사용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시점에 약 10년도 더 된 이 책은 어떤 시각을 던져줄 수 있을지 궁금해서 읽어보게 되었다.

저자가 제시한 '통섭'은 말 그대로 과학과 인문학, 사회학적 시각을 고루 갖추는 것을 뜻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이며 자연의 법칙 대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것과,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것을 시도해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첫 번째 주제와 연관된 환경, 기후, 생물 다양성에 관련된 글들이 꽤 비중 있게 실려 있다.

이 모든 것이 인간의 경제 활동과 연관된 것이기 때문에 인간의 책임임은 자명하거니와 이제는 우리 자신의 삶마저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스스로를 호모 사피엔스, 즉 현명인 인간이라고 자화자찬하며 살았다.

그러나 21세기에는 진정으로 환경을 생각하고, 환경과 함께 살겠다는 마음을 지닌 공생인, 즉 호모 심비우스로 거듭나지 않으면 안 된다.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가 결코 밝지 않을 것이다.

그 변화의 시작은 어렵지 않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밥상에서부터 그 변화를 시작할 수 있다.

(pg 67)

특히 생물학자답게 진화의 계보 상 인간은 매우 최근에서야 등장한, 진화 계통도 상 막내라는 저자의 시각은 매우 신선하면서도 의미가 있었다.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다운 법이다.

모든 생물은 나름대로 존재 가치와 권리를 지니고 있다.

인간에게는 그들을 인정하고 섬길 의무가 있다.

우리가 막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 땅의 생명이, 모든 동물들이 주체적인 삶을 살게 될 그 날을 기대해 본다.

(pg 24)

통섭적 인생의 두 번째 요건이었던 '모든 것을 시도해 보는' 삶을 위한 방법으로는 역시 독서를 강조한다.

수명이 아무리 길어졌다고 한들 학위를 두, 세 개씩 취득하는 것은 시간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관련 분야의 책을 몇 권 읽는 것은 그에 비하면 아주 작은 노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통섭이 가능한 인재가 되려면 자신이 이미 잘 아는 주제의 책이 아니라 정 반대의 책을 전략적으로 읽을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기획 독서가 무엇인가? 몇 가지 분야를 정해 놓고 계획성 있게 공략하는 독서다.

자신의 전문 분야 외에 관심이 가는 분야가 있다면 치열하게 탐닉하라.

자기계발서나 말랑말랑한 책들은 기획 독서가 아니라 취미 독서를 위한 책이다.

진짜 철학책과 과학책을 읽어야 내 자산이 된다. - 중략 -

평소 호기심을 갖고 주변을 관찰하는 습관을 조금만 길러도

기획 독서를 할 분야를 어렵지 않게 정할 수 있다.

(pg 147)

최근에 어쭙잖게 양자물리학이나 천문학 등 과학 서적으로 독서 범위를 넓히고 있는 도중이라 저자가 잘 하고 있다고, 계속 시도하라고 격려해 주는 느낌이 들어 내심 기분이 좋았다.

최근에 아예 본인의 유튜브를 개설해 대중들과 소통하고 있는데, 확실히 더 젊었을 때 쓴 글들이어서 그런지 지금의 온화한 모습과는 잘 매치가 되지 않을 정도로 글에 날이 다소 서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유튜브로 저자를 알게 된 독자라면 본 책을 통해 보다 젊었을 시절 저자의 날카로움을 경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만나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는가?

대한민국의 인문학자들은 왜 그토록 앓는 소리만 하는지 모르겠다.

'배고파 못 살겠다', '인문학의 위기다' 말만 하지 말고

그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인문학은 늘 그래 왔다.

배고픈 학문이기 때문에 더더욱 자연과학과 손을 잡아야 한다.

(pg 122)

기본적으로는 저자가 여기저기에 기고했던 글들을 모아둔 책이라서 '통섭'이라는 키워드가 있기는 하지만 저자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거의 모든 분야에 대한 짧은 생각들이 수록되어 있다고 보면 되겠다.

각 꼭지들의 길이가 그리 길지 않고 대화하듯 어렵지 않게 쓰여서 읽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10년 전이면 대학에 갓 입사해 일을 하고 있었을 시절인데 그때 읽었다면 훨씬 좋았을 것 같지만 지금 시점에서도 꽤 좋은 시사점이 많았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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