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장 니체 아포리즘 - 365일 니체처럼 지혜롭게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황국영 엮음 / 동녘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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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아포리즘 형식의 철학 서적들이 인기인 모양이다.

세상살이가 팍팍하다 보니 특히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담은 책들이 판매 순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데, 쇼펜하우어의 뒤를 이어 실존주의 철학의 꽃을 피운 니체의 아포리즘이 발간되어 읽어보게 되었다.

니체의 저작들을 비롯한 철학 고전들은 영원불멸의 명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를 읽는 것은 굉장한 각오와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개인적으로도 니체의 철학을 이해하고 싶어 그의 저작에 여러 번 도전했지만 매번 참혹하게 실패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을 위해 니체의 저작에서 의미 있는 문구들을 인용한 뒤 저자 자신의 생각을 덧붙인 해설을 수록해 이해를 돕는 책이다.

'하루 한 장'이라는 제목답게 총 365편의 짧은 글이 수록되어 있어 1년간 하루에 한 쪽씩 읽어갈 수 있는 구성이다.

편집이 매우 깔끔한데 특히 다른 아포리즘 책을 읽을 때 아쉬운 부분이었던 발췌 출처가 기록되어 있어서 본 책을 읽은 후 독서를 확장하고자 할 때 참고할 수 있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등 니체의 주요 저작 다섯 권에서 발췌한 내용들이 수록되어 있다.

이런 종류의 책 특성상 인생 전반에 걸친 여러 조언들이 담겨 있어 내용을 하나의 주제로 정리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저자가 기본적으로 직장 생활을 할 정도의 연령대를 목표 독자로 염두에 두고 쓰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사회생활을 해봤다면 공감이 될만한 글들이 많았던 것 같다. (단순히 내가 직장인이어서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다.)

니체는 "행위는 약속할 수 있지만 감각은 약속할 수 없다"고 말한다.

감각은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에게 "언제까지나 사랑하겠다, 늘 미워하겠다, 언제까지나 충실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자신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것을 약속하는 것이다. - 중략 -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통제할 수 없으므로 타인에게 자신의 감각을 약속할 수 없다.

사람은 오직 자신의 행위만을 약속할 수 있다.

(pg 13)

화를 내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헤쳐놓고서 처음에는 자신을 나쁘게 생각하지 말라고,

그다음에는 이렇게 과격한 발작에 시달렸으므로 자기를 동정해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인간의 자만심이란 그 정도까지 나아가는 것이다.

(pg 19)

현대인들이 스마트폰과 SNS 때문에 늘 온라인 상태로 있고 때문에 진정으로 고독한 시간, 자신의 삶을 성찰할 시간을 보낼 수 없다는 점에서 가슴에 와닿는 문구들도 꽤 있었다.

만약 그대가 고독할 때 자신을 위대하고 생산적이라고 생각한다면,

사교는 그대를 작게 만들고 황폐하게 할 것이다. 그 역도 참이다.

(pg 156)

나의 인간애는 그 사람과 똑같이 공감하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그들과 공감한다는 것을 내가 견뎌내고 있다는 것에 있다.

나의 인간애는 끊임없는 자기 극복이다. 하지만 나는 고독이 필요하다.

(pg 181)

후반부로 가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발췌한 부분이 많다.

물론 이전에도 비슷한 주제의 글들이 많지만 이 부분부터는 본격적으로 종교나 세상이 정한 규율에 맹목적으로 복종하지 말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한다는 메시지가 강하게 드러난다.

개인적으로는 '차라투스트라' 책을 읽다가 중간에 포기했던 경험이 있어서 이 부분을 좀 더 세심하게 읽었다.

역시 누가 추려놓은 글만 보면 별 내용 아닌 것 같은데 막상 처음부터 읽으려면 만만치 않은 것이 철학 고전이 아닐까 싶다.

괴로움과 무능이야말로 내세를 창조한 것들이다.

그리고 가장 깊이 괴로워하는 자만 경험하는 저 순간적인 행복의 환상이 내세를 만들었다.

한 번의 도약으로, 결사적인 도약으로 궁극적인 것에 도달하려는 데서 오는 피로감,

그 어떤 것도 더 이상 바라지 못하는 피로감과 같은 이 모든 것이

신과 내세를 창조해낸 것이다.

(pg 234)

짧은 글들의 모음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쭉 읽는다 해도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릴 책은 아니다.

성격이 급해 후루룩 읽어버렸지만 저자 역시 하루에 한 쪽씩 읽는 것을 염두에 두고 만든 구성인지라 긴 호흡으로 천천히 읽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다만 이런 종류의 책이 갖는 일반적인 특성이기도 하지만 다 읽고 나서 니체의 철학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학습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니체 사상의 정수를 알아보겠다는 각오보다는 살아가면서 참고가 될만한 좋은 구절들을 읽어 보고 싶다 정도로 접근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굳이 순서대로 읽을 필요도 없기 때문에 쭉 훑어보다가 마음에 드는 구절이 나온다면 멈춰서 읽고 넘어가는 식으로 읽어도 충분하게 즐길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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