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작은 세계에서 발견한 뜻밖의 생물학 - 생명과학의 최전선에서 풀어가는 삶과 죽음의 비밀 서가명강 시리즈 35
이준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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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소한 분야라도 어렵지 않게 맛을 보여주는 서가명강 시리즈의 생물학 책이다.

저자는 지난 30년간 '예쁜꼬마선충'이라는 생물을 연구해온 생물학자다.

선충이라는 이름답게 길이 1mm 정도의 매우 작은 지렁이처럼 생겼는데 이 생물의 매력이 무엇이길래 그렇게 오랜 시간을 투자한 것일까?

물론 그 생물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을 수도 있겠으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생물학적으로 인간을 좀 더 잘 알아내고 싶다는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인간을 대상으로 실험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쥐나 초파리 같은 모델생물을 이용한다.

예쁜꼬마선충 역시 이러한 모델생물의 하나인 것이다.

모델생물이 되기 위해서는 생애 주기가 짧고 사육하는데 비용이 저렴해야 하며 인간과의 유사성이 충분해야 한다.

그나마 척추동물인 쥐는 이해가 되지만 선충이 어떻게 인간과 유사할 수 있는지 의아할 텐데 놀랍게도 이 생물의 유전자가 인간과 절반 이상 유사하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생물을 통해 발견한 것들을 인간에게도 적용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아래 그림이 잘 보여주듯 지구상의 모든 생물이 모두 같은 시조를 가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 것이다.

저자는 생물학을 연구한다는 것은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특히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와 '어떻게 일어났는가?'를 밝혀내는 것이 가장 큰 두 축이다.

이는 모든 과학 분야에 일관적으로 적용해도 통용되는 내용일 것 같다.

그런 다음 어떤 생물의 유전적 작용을 연구하려면 끊임없이 돌연변이를 찾아내야 한다.

저자의 경우 한 연구를 할 때 적절한 돌연변이를 찾아낼 때까지 예쁜꼬마선충을 약 1억 마리 정도 들여다본다고 한다.

한 마리를 관찰할 때 1초씩만 걸린다고 쳐도 어마어마한 시간을 쏟아야 하는 일일 것이다.

아무런 의미 없이 일어나는 생명현상은 없다.

이런 사실을 알고 나면, 새로운 생명현상을 마주했을 때

'이런 현상이 어떻게 일어났지? 왜 일어났을까?'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될 것이다.

(pg 54-55)

이렇게 적합한 질문을 찾아낼 수 있는 호기심과 수많은 개체를 직접 살펴볼 끈기가 있다면 저자는 생물학을 공부할 충분한 자질이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무척 쉬운 일인 것처럼 썼지만 누구나 갖추기는 힘든 재능임에 틀림없다.

이렇게 모델생물을 통해 이런저런 생명의 신비를 밝혀내기 위해서는 여러 유전자 조작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

많은 이들이 생물의 유전자를 조작한다는 행위 자체에 본능적인 거부감을 느낀다.

'조작'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부정적인 뉘앙스 탓도 있을 것이고 유전자는 변형해서는 안 될 그 어떤 것이라는 인식 탓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굳이 새로운 종을 만들어내지 않더라도 변이를 쌓는다는 측면에서 유전자 조작은 종 다양성에 기여하는 일이라 말한다.

사실 자연 상태에서도 변이는 늘 일어나고 있고 변이가 없었다면 지구상에 이렇게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었다.

정리하자면 유전물질이 가진 본연의 특성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복제가 잘 되는데,

아주 드물게 그 특성에 실수가 발생하면 염기서열이 바뀌어 돌연변이가 나타난다.

그런데 그 유전물질이 가진 엄청나게 낮은 확률의 실수 가능성이 바로 진화의 동력이 된다.

(pg 170)

시리즈 특성상 200페이지 정도로 두께도 얇고 설명도 매우 친절해 읽기가 어려운 책은 아니다.

그러면서도 유전과 진화를 연구하는 생물학자가 무슨 일을 하는지 맛보기에는 충분한 책이었다.

이런 특징들 때문에 생소한 분야로 독서의 폭을 넓히기에 딱 좋은 시리즈인지라 앞으로도 어떤 주제가 나올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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