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괴로울 땐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 일상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발견한 사는 게 재밌어지는 가장 신박한 방법
박치욱 지음 / 웨일북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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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낚시성이 엿보이는 제목으로 미국의 한 대학에서 생화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쓴 책이다.

특이하게도 트위터를 통한 소통에 상당히 적극적이라는 소개가 있어 과학을 대중적으로 소개하는 것에도 능할 것 같아 읽어보게 되었다.

책은 총 7개의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음식, 언어, 자연, 예술, 사회, 퍼즐, 인체로 구분되어 있는데 각각의 키워드들이 무슨 연관성이 있거나 논리적인 이유를 가진 것은 아니다.

그저 저자가 순수한 호기심에서 출발해 '덕질'하듯 공부했던 분야들을 소개할 뿐이다.

저자는 이렇게 특정한 방향성이 없어 보이는 이런저런 분야를 조금씩 공부하다 보면 그 공부가 의도치 않은 결과로 나타나기도 한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가족을 위해 시작했던 음식의 레시피가 화학 실험의 프로토콜과 상당히 유사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기도 하고 충동적으로 공부해 본 이탈리아어가 히브리어, 그리스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언어를 공부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특히 이렇게 '재미 삼아' 공부를 할 때 공부한 내용을 잊어버릴까 두려워하지 말라는 조언이 기억에 남는다.

개인적으로도 올해만 약 100여권의 책을 읽었는데 이런 말을 하면 사람들이 그 내용을 다 기억하기는 하냐고 묻곤 한다.

영화를 100편 본 사람도 그 내용을 다 기억하기 어려울 텐데 책 100권을 기억하기는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콩나물시루에 물 붓듯 개중 남는 것이 있겠지 하며 읽어갈 뿐이다.

이 책에서도 비슷한 논지로 공부에 부담을 갖지 말라고 당부한다.

다들 그동안 본 소설이나 영화 내용을 대부분 잊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잊어서 섭섭하다고, 괜히 봤다고 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볼 때는 재미있고 보고 나서는 조금이라도 남은 게 있을 테니 시간 낭비가 아니다.

(pg 57)

저자는 이처럼 공부라는 것이 꼭 학위를 따야만 한다거나 특정 정보를 외우고 시험을 준비하려는 공부가 아니어도 좋다고 말한다.

그저 자신이 '꽂히는' 어떤 분야가 있을 때 이를 자기 나름의 속도로 계속 파보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런 공부는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몰입을 경험할 수 있다고 한다.

게다가 이렇게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면 의도치 않게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융복합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자신을 구속하는 고정관념을 넘어야 하고, 문제를 보는 새로운 관점을 찾아야 하고,

그 과정의 기발함에 가치를 둔다.

결국 미술이든 과학이든 전적으로 인간의 창의성을 기반으로 이루어져 가는

분야라는 접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pg 153)

서두에서 제목에 낚시성이 엿보인다고 농담조로 언급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저자가 전혀 괴로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나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으니 괴로워할 겨를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 더 솔직한 감상일 것이다.

분량이 그리 두껍지 않고 기본적으로 SNS를 통해 대중들과 소통해온 저자인지라 쉽게 읽히는 맛이 좋다.

그러면서도 저자의 특급 김치 레시피에서부터 mRNA 백신의 작동 방식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흥미를 가졌던 여러 분야의 잡지식을 재미나게 얻을 수 있다.

물론 이런 종류의 책들이 특성상 다 읽은 후 기억에 남는 것이 생각보다 적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나, 저자에 따르면 망각의 과정도 학습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므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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