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클래식 리이매진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티나 베르닝 그림, 이영아 옮김 / 소소의책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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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유명한 작품들의 경우 내용을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 읽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사실 한 번도 읽지 않았던 작품일 때가 있다.

나에게 이 작품이 딱 그랬다.

지킬과 하이드가 동일 인물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테고 결말을 알고 보는 작품은 아무래도 흥미가 떨어지기 마련인지라 딱히 손이 가지 않았던 것 같다.

이미 많은 판본으로 출간된 바 있지만, 이 책은 시각적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소개가 마음에 들어 이번 기회에 작품을 읽어보게 되었다.

작품 이야기에 앞서 스토리 외적인 부분인 그림에 대한 감상을 먼저 남겨본다.

출판사의 소개처럼 삽화에 상당한 공을 들인 것이 눈에 띈다.

글의 분위기와 잘 맞으면서도 읽는데 방해가 되지는 않게끔 편집도 잘 된 느낌이다.

그냥 슥 넘기기만 해도 보기 좋은 책이라서 소장한다면 꽤 자주 들춰보지 않을까 싶다.

하이드를 처음 만나는 장면의 삽화. 그가 가진 어두움이 잘 느껴진다.

(pg 40-41)

다 읽은 후의 소감은 역시 결말을 그저 '알고' 있는 것과 실제 작품을 '읽는' 것에는 꽤 많은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이미 사건이 일어났을 때부터 어떻게 흘러갈지를 뻔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품이 주는 재미가 반감되지 않는 것이 신기했다.

오히려 진실이 언제 어떻게 밝혀질지 조마조마한 기분으로 읽어나갈 수 있었다.

100년이 훌쩍 넘은 작품임에도, 게다가 결말이 널리 알려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현시대의 독자에게 이런 독서 경험을 안겨주는 것을 보면 괜히 고전인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지금이야 이중인격을 가진 인물을 다루는 작품이 워낙에 많지만 그 작품들의 가장 근본적인 모티브가 이 작품이라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작품과 비슷한 주제를 다루는 작품들이 지금도 많이 제작되고 또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것을 보면 인간의 이중성이 매력적인 소재라는 점은 틀림없는 것 같다.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상대방이 '그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말이야'라고 운을 떼면 자기도 모르게 집중하게 되는 것이 인간이기 때문이다.

도덕적 지능과 지적 지능을 동원하여 하루하루 진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네.

작은 파편만 발견해도 나를 지독한 파멸로 빠뜨리고 말 그 진리를 향해.

인간은 진정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이라는 진리.

(pg 162)

인간은 누구나 양면성을 가지지만 도덕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양면성의 한계가 어디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문학을 비롯한 여러 매체에서 이 주제를 놓고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닐까 싶다.

늘 착하게 살 수도 없지만 늘 악하게 살지도 않는 것이 인간이라는 점을 새삼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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