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러 작품들이 출간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SF 작가라는 지인의 추천으로 읽게 된 김초엽 작가의 책이다.
저자가 상당히 어린 편인데 이미 여러 작품이 출간되었을 정도로 화제인 모양이다.
이번에 읽은 작품은 저자의 SF 단편집으로 총 7편이 수록되어 있다.
SF 작품들을 좋아하는 편이기는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소재가 너무 허황되거나 전개가 유치한 작품들을 매우 싫어하는데 다행히 처음 접하는 작가의 작품들이었지만 수록된 7편 모두 상당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e북으로 읽었는데 해당 콘텐츠에 페이지가 적혀 있지 않아서 발췌문에 페이지를 표기하지 못했다.)
책을 처음 열면 '최후의 라이오니'라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 작품에서는 멸망해가는 기계 행성으로 향한 한 소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기계들이 더 이상 스스로 유지 보수가 불가능할 정도로 파괴되어 버린 행성에 버림받은 채 서서히 몰락해가고 있고, 인류는 이미 그곳을 떠난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보통 기계의 수명이 인간보다 길다고 설정하기 때문에 '바이센테니얼 맨'처럼 기계가 사람을 떠나보내는 작품은 많았지만 이 작품은 기계의 마지막을 떠나보내는 인류를 상상함으로써 참신한 느낌을 주었다.
이어지는 '마리의 춤'에서는 특정한 장애를 지닌 계층이 특수한 기기를 통해 서로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세계를 그리고 있다. (스타크래프트에 익숙하다면 시각 장애인들만 공유할 수 있는 칼라가 있어서 서로 연결되어 있는 세계를 상상하면 된다.)
당연히 두 계층은 서로를 이해하기 어려워하기 때문에 서로 구분되어 살아가고, '마리'는 이 사회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오래도록 준비한 테러를 감행한다.
테러 이후 나누어지는 여론과 결과들을 꽤나 사실적으로 묘사한 부분이 인상적이었고, SF 소재에 신체적 결함으로 인한 차별 문제를 잘 녹여낸 작품이었다.
다음 수록작인 '로라'에서는 '신체통합정체성장애'라는, 자신이 인지하는 신체와 실제의 신체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사람의 극단적인 사례가 등장한다.
실제로 이런 증상을 겪는 사람들의 다큐멘터리가 방영된 적이 있어서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종종 올라왔었는데 그때마다 '장애 호소인'이냐며 비아냥대거나, 진짜 장애인들을 모욕하는 행위라며 비난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물론 정신적인 문제인지라 해당 질환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의 시각에서는 이해가 안 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과정에 반드시 '이해'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 작품에서 저자는 '우리가 비록 머리로는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충분히 그들을 배척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