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명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로 대한민국의 '한'이라는 글자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추적하는 내용이다.
물론 역사서가 아닌 소설이기 때문에 이 책을 읽고 '우리나라의 진짜 역사는 이랬구나' 하고 이해해서는 곤란할 것이다.
작품은 미진이라는 한 여교수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별다른 상처도 없이 너무도 평온하게 사서삼경에 목이 메어 죽은 채 발견되는데 경찰은 이를 단순한 자살로 보고 사건을 마무리하려 한다.
하지만 미진의 친구였던 과학자 정서는 그 죽음에 무언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고 보고 사건의 진상을 쫓게 된다.
앞 부분 줄거리만 보면 마치 스릴러 소설 같지만 이어지는 내용은 우리나라의 고대사를 부정하려는 중국의 계략이 있었고 이를 추적하던 은원이라는 역사학자가 숨겨져 있던 역사적 진실을 밝혀낸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배경에 제목 그대로 지배계층에서 너무도 싫어해 그 씨를 말려버렸다는 '씨성본결'이라는 책이 등장한다.
각 성씨의 근원을 밝혀둔 책으로 묘사되는데 그러다 보니 소수민족들이 읽을 경우 자신들의 뿌리를 알 수 있어 각종 반란의 원인이 되니 지배계층이 싫어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정이다.
이 책이 있었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근원이 되는 '한'이라는 국가도 손쉽게 증명할 수 있었을 텐데 이 책은 이미 사라진 후라는 설정인지라 은원과 정서는 중국 여기저기를 누비며 이런저런 다른 증거들을 수집하게 된다.
작가의 작품답게 이 책 역시 문장이 쉽고 전개가 빨라서 읽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다만 작품이 그리 재미있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일단 전개가 너무 '극적'이다.
요즘 말로 표현하면 '주인공 보정'이 너무 심해서 현실감이 다소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소재 측면에서도 워낙 '국뽕' 콘텐츠를 싫어하기도 하거니와 굳이 고대의 우리가 지금보다 훨씬 더 큰 나라를 세웠었다는 것에 집착하는 이유를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
이 작품에서 설명하는 역사가 설령 나중에 사실로 밝혀진다 하더라도 결국 우리는 조상들의 영토를 채 지켜내지도 못한 못난 후손들이 될 뿐이지 않은가.
이집트의 역사가 매우 찬란하고 위대하긴 하지만 현재의 이집트인들을 보고 '이집트에 살아서 좋겠다'라던가 '이집트인으로 태어나면 좋겠다'라고 생각할 사람들이 그리 많을 것 같지 않듯이 과거의 찬란함이 현재를 더 비루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민족과 국가라는 것 역시 사람들이 만들어낸 거대한 관념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더 커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의 저작을 많이 읽은 편은 아닌데 솔직히 작가의 스타일이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다만 워낙 유명한 작품들이 많아서 읽어는 보자는 심리로 작품을 접하고 있는데 현실과는 다르기 때문에 느껴지는 카타르시스가 일부 있기는 하나, 개인적으로 대체 현실물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지 작품들이 그다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던 것 같다.
아직 읽어보지 못한 작품들이 많기 때문에 다른 작품들을 더 접해봐야 작가를 좋아하는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