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중반까지도 작품에 그리 몰입을 못했다.
개인적으로 불륜, 바람 이런 소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불륜이나 바람의 자극적인 측면은 좋은데 인물들이 거짓말을 이어가며 외줄타기를 하는 것 같은 심리상태를 못 견뎌하는 것 같다.(같은 이유로 드라마도 잘 못본다.)
태생적으로 거짓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기도 하거니와 그런 미묘한 긴장 상태를 구태여 계속 유지하면서 또 다른 거짓을 계속 만들어가는 인물이 못 견디게 불편하다.(그 악명 높은 INTP라서 고작 그런 걸로 고민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잘 안된다.)
그래서 저자의 작품 치고는 읽는데 시간이 꽤 걸린 느낌이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이 작품은 그렇게까지 오래 기억될 것 같지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결말부를 읽는 순간 이런 생각이 싹 사라졌다.
오래된 작품이기는 하나 스포일러를 남기고 싶진 않아서 결말까지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정말 상상도 못한 결말이어서 기억에 상당히 오래 남을 것 같다.
저자의 책을 꽤 많이 읽은 편이지만 결말의 충격 강도는 읽은 작품 중에서 손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전반적으로 조금 몰입이 어려웠던 중반부를 지나 인상적인 결말까지 불륜과 한 사람의 죽음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불편할 정도로 꽤나 현실감 있게 풀어내고 있다.
뒤에 사족이 살짝 붙었다 싶기는 하지만 그래도 독자들이 추가적인 의문을 느낄 여지가 없게끔 깔끔하게 잘 끝났다고 생각한다.
불륜이라는 소재를 통해 그 과정에서의 짜릿함을 대리 체험할 수 있게 해두었지만 끝까지 읽어보면 역시나 그렇게 살지 말라는 저자의 강렬한 메시지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읽을 때마다 평타 이상의 재미를 주는 작가이면서도 아직도 읽을 작품이 많다는 것이 이 작가의 최대 장점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도 몇 권이나 더 읽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그리 지겹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