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살인의 시대와 법 - 중수부 검사 출신 변호사와 독일 형사법 박사가 직접 겪고 정리한 명예훼손, 모욕, 스토킹범죄의 모든 것
류여해.정준길 지음 / 실레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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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손가락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실제로 많은 유명인들이 사람들의 손가락으로 탄생한 글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

단순히 '악플'이라고 정의하기에는 너무나 심각한 모욕과 명예훼손, 사이버 스토킹 등 범죄로 보아야 할 행위들을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직장 동료 중 한 명이 지속적으로 문자나 메일로 스토킹을 당해 경찰의 도움을 받았던 적도 있어서 더 관심이 갔다. (심지어 그 동료는 남성, 범인은 여성이었다.)

이 책은 다양한 판례들을 통해 어떤 언행들이 모욕이나 명예훼손, 스토킹에 해당하는지를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사실 말이나 행동이 같은 표현이라 하더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모욕적으로 느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판례 역시 자로 잰 듯 일관적일 수는 없을 것이다.

여러 사례들을 읽으면서 '왜 이게 모욕이 아니지?' 싶은 부분도, '이게 유죄라고?' 싶은 부분도 상당히 많았다.

하지만 일반인 입장에서 이러한 일에 휘말리지 않는 방법은 사실 매우 간단하다.

타인을 비방하지 않으면 된다.

굳이 댓글이나 카톡으로 타인에 대한 부정적인 정보를 퍼 나르지 않으면 문제가 될 일도 없다는 뜻이다.

이 간단한 법칙을 지키지 못해서 고소를 당하고 범죄 이력을 남기게 되는 것이다.

특히 내가 직접 하지 않더라도 누군가가 모욕적인 표현을 할 때 이를 방관하는 것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저자의 충고는 일반인 입장에서 매우 유용할 것 같다.

법원은 단톡방의 대화를 모두 공개될 수 있는 방이라고 본다는 입장이기에

혹시라도 여러분이 가입한 카톡 단체방에서 누군가 타인을 비방하는 근거 없는

글을 올리면 동조하거나 지켜보지 말고 얼른 그 카톡방에서 나오는 게 상책이다.

몇몇 사람들이 이상한 글을 올린 경우에 나도 그 방의 소속인일 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pg 67)

후반부에 고소를 당하거나 하게 될 때 어떤 것들을 주의해야 하는지도 서류의 양식부터 관련 기관, 반드시 체크해야 하는 일까지 잘 정리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첫 직장에서 이직한 뒤 첫 직장 사장이 배임으로 고소를 했던 경험이 있어서 그때 기억이 많이 났다.

무고에 가까운 고소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 일과 무관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생각보다 까다로웠고 스트레스도 굉장히 많이 받았었다.

일반인이 법적 분쟁에 휘말린다는 것이 보통 그렇기 때문에 예방주사를 맞는 느낌으로 숙지해두면 좋을 정보들이 많았다.

중간중간 현재 대한민국의 사법체계에 대한 저자들의 아쉬움도 잘 드러나 있다.

특히 범죄 처벌의 수준이 타국 대비 낮아서 피해자들의 억울함이 더 가중된다는 지적은 많이 공감이 됐다.

물론 처벌이 강하다고 해서 피해자들의 억울함이 사라지는 것은 아닐 테지만 최소한 정의가 실현되었다는 느낌은 받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 법은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며 피고인을 두둔하는 이론이 많다. 무죄 추정의 원칙,

국선변호인 그리고 불이익 변경의 원칙, 법률불소급의 원칙, 피고인의 이익 원칙 등

피해자 입장에서 고민해 보면 이리저리 왜 범죄자인 피고인을 두둔하고

보호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 중략 -

결국 입장 바꿔 보면 용서가 안 되는 일들을 사람들은 쉽게 용서하라고 한느 것을

스스로 겪어 보니 깨닫게 된다. - 중략 -

법원에서 무죄라고 해서 다 무죄가 아니란 것을 깨닫게 되는 판례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pg 85)

다만 법적인 용어가 너무 그대로 등장해 내용이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은 조금 아쉬웠다.

물론 책 후미에 법률 용어집이 따로 수록되어 있기는 하나, 일상적인 용어로 충분히 바꿀 수 있었을법한 표현들까지 법률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서 법 지식이 전무한 (나 같은) 사람들이 읽기에는 다소 어려울 수 있을 것 같다.

어차피 법 지식이 풍부한 사람들은 이런 책이 필요하지 않을 테니 보다 쉽게 서술해 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솔직히 저자 때문에 읽기를 많이 망설였던 책이다.

저자의 정치적 성향이 나와는 180도 다를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심이 가는 주제였고 정치적 성향과는 상관없이 저자의 전문 분야인 법 관련 정보들만 습득하면 된다는 목적으로 편견 없이 읽고자 노력했으며 내용도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다.

다만 타고난 성향 탓에 삐딱하게 보일 수밖에 없는 부분이 많기는 했다.

그리고 온라인상에서 이루어지는 모욕이나 명예훼손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온라인 실명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저자들의 결론에도 나는 동의할 수 없다.

중간중간 예시로 드는 사례들에서 저자들의 정치적 성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정치적 성향이 저자들과 다르다면 읽으면서 불쾌할 수 있는 지점이 많을 수 있다는 점은 참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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