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 오는 날 -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 월간 책씨앗 추천도서
천옌링 지음, 박지민 옮김 / 리틀브레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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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아이들 책을 읽다 보면 어른인 나에게도 깨달음을 주는 경우가 있다.

이 책 역시 그런 책이었다.

나무 구멍에서 눈을 피해 잠을 자는 여우가 그려진 표지에서 보이듯 한 나무와 여우의 이야기다.

외톨이로 혼자 서 있던 나무는 여우에게 친구가 되자며 먼저 마음을 연다.

하지만 여우는 나무가 자신과는 너무 다르다며 나무가 자신처럼 붉고 하얗게 될 수 있다면 친구가 되겠다고 말한다.

가을이 오고 단풍 위에 눈이 내려 나무가 붉고 하얗게 변하자 여우는 나무 아래에서 눈을 피하며 지낸다.

여우는 자신이 나무에게 해줄 수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지만 나무는 그저 필요할 때 찾아와 주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말한다.

여우는 겨울이 되면 나무를 찾아왔고 나무 곁에서 새끼를 기르며 시간이 흐른다.

여우와 나무의 시간은 같지 않다.

여우는 새끼도 다 키우고 나이를 먹어가지만 그에 비하면 나무는 영원한 시간을 사는 것처럼 보인다.

나무가 노랗고 초록일 때는 나무를 찾지 않던 여우는 삶의 마지막 순간에 다시 나무를 찾는다.

생을 마친 여우 위로 나무의 노란색, 초록색 잎들이 쌓여 그들은 다시 같은 색이 된다.

여우의 몸속에 있던 씨앗이 죽은 여우의 몸을 양분 삼아 자라난다.

그렇게 자란 나무는 분홍색의 예쁜 꽃을 피우며 나무의 새로운 친구가 된다는 그런 이야기다.

아이들 책에서 죽음을 다룬다는 것이 어떻게 느껴질지 모르겠으나 개인적으로는 좋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반려동물을 키우는 집이라면 개나 고양이 같은 동물이 사람의 수명 대비 상당히 짧은 생을 산다는 점을 인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분명 안타까운 일이지만 자연의 순환을 이루는 큰 줄기 중 하나임은 부정할 수 없고, 이 책 역시 여우의 죽음이 곧 새로운 나무의 탄생임을 아이들에게 잘 보여 주고 있다.

또한 친구가 되기 위해 많은 것들이 비슷할 필요는 없다는 것도 가르쳐 준다.

공통점은 분명 친해지기 위해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차이가 많다고 해서 그 사람과 가까워질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신에게 없는 장점을 상대가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니 상호 발전적인 관계를 형성할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아이들 책답게 글이 많은 편은 아니다.

7세인 우리 딸이 혼자서 읽기에 무리가 없는 정도였다.

여우와 나무의 차이를 색깔로 표현하기 때문에 그림의 색채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분량이 길지는 않아도 많은 여운과 교훈을 남기는 책이었다.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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