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 로또부터 진화까지, 우연한 일들의 법칙
데이비드 핸드 지음, 전대호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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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이 양자역학을 반박하기 위해 했던 말로 유명한 문장이다.

물리적으로 예측 불가능한 것은 없다고 믿었기에 했던 말인데 지금 우리는 전자를 비롯한 많은 것들이 확률로만 기술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저자는 이 유명한 문장으로 서두를 열면서 우리가 기적처럼 느끼는 작은 확률의 일들이 어떻게 우리 주변에서 이리도 쉽게 관찰될 수 있는지를 통계학적인 시각에서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

로또에 연달에 두 번 당첨된 사람이나 번개를 일곱 번이나 맞은 사람이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어떤 기분이 드는가?

역시 '될놈될, 안될안'이구나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고, 무언가 인간의 힘을 뛰어넘는 어떤 존재가 있다는 증거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쉽사리 일어나지 않을 법한 일들이 우리 주변에는 종종 발견되는데 통계적으로 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것이 책의 핵심 내용이다.

저자는 필연성의 법칙, 아주 큰 수의 법칙, 선택의 법칙, 확률 지렛대의 법칙, 충분함의 법칙 등 기막힌 확률을 이해하기 위한 여러 개념들을 충분한 예시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각각의 법칙은 개별적으로 작용했을 때보다 두세개의 법칙이 함께 작용할 경우 해당 사건의 발생 확률을 비약적으로 높이게 된다.

특히 우리가 신기해할 대부분의 내용은 필연성의 법칙과 아주 큰 수의 법칙에 따르면 '불가능해 보이는 일'에서 '그럴 수 있는 일'로 설명할 수 있다.

쉬운 예로 로또에 당첨되는 것은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일이지만 내가 로또에 당첨될 확률은 지극히 낮다.

하지만 로또를 구매하는 사람 역시 너무도 많기 때문에 당첨자는 무조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어떤 불행한 사건이 당신에게 또는 지구상의 어떤 특정한 개인에게 일어날 확률은 낮을지

몰라도, 지구에 현재 약 70억 명이 산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각각이 특정한 날에 사고를 당할 확률이 p라면 또한 사고가 각각 독립적으로 일어난다면,

그날 인구 N명 가운데 사고를 당하는 사람이 없을 확률은 (1-p)를 N번 곱한 값과 같다.

N이 지구의 인구 70억이고 p가 100만분의 1이라면,

그날 아무도 사고를 당하지 않을 확률은 약 103,040분의 1로 그야말로 지극히 미미하다.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사고를 당할 개연성이 압도적으로 더 높다는 말이다.

(pg 157)

당첨 확률을 높이는 유일한 길은 복권을 더 많이 사는 것뿐이지만, 만약 당첨되었을 때

당첨금이 높으려면 다른 사람들이 선택할 가능성이 낮은 번호를 선택해야 한다. - 중략 -

사람들이 생각해낼 만한 규칙을 모두 예측해서 배제할 수는 없으므로,

타인과 똑같은 번호를 선택할 확률을 낮추는 전략은 무작위로 숫자들을 선택하는 것이다.

로또 판매점에는 대게 이 전략을 쉽게 실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가 있다. ​​

(pg 170)

저자는 인간이 본능적으로 경향성을 발견하려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사실은 우연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모종의 인과가 있을 것이라 추측하는 경향이 많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특히 특정 동물들이 지진 전조증상을 느낀다는 속설이 널리 퍼져 있지만 저자는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초능력 동물이 스포츠 예측에만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을 잠깐만 검색해도, 지진이 일어나기 전에 기이한 행동을 보인 동물부터

주인이 곧 집에 돌아올 것을 알고 기다리는 개까지 유사한 사례를 수천 건 발견할 수 있다.

동물들이 지진에 앞서 발생하는 모종의 지반 진동을 감지할 수 있다는 추측이

제기되어 왔지만, 시민 보호를 위한 국제지진예보위원회는 그런 예측력이 존재한다는

신뢰할만한 증거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위원회에는 아주 큰 수의 법칙의 존재와 미디어는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이야기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조언할 수 있을 것이다.

(pg 154)

또한 우리는 우리가 인지하는 여러 사건들 중 특히 관심을 가지는 사건들을 민감하게 포착하고 오래 기억하는데 그러다보면 아무 연관성이 없는 사건들도 마치 필연적인 것처럼 느껴지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한 사회가 재난을 겪으면 곧이어 그 재난의 징조가 도처에 널려 있었다며 호들갑을 떠는 언론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예측과 사후예측의 극명한 대비는 도처에서 나타난다.

한 예로 큰 재난을 당한 뒤 사람들은 "왜 우리는 재난을 예상하지 못했을까?"라고

물으면서 처음부터 징후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 중략 -

사후에 조각들을 맞춰 그것들이 연속적인 사슬을 이루어 참사로 이어졌음을

보여주기는 쉽다. 그러나 사전에는 수많은 조각과 잠재적 사슬이 존재한다.

어떤 사건이 서로 관련이 있는지 알아내기란 불가능하다. - 중략 -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정보가 입수됨에 따라 기억을 소급해서 조정함으로써 재난에

이른 사슬을 확인하고는 사후에 "자, 이걸 보라고. 위험 징후가 우리 눈앞에 있었어!"라고

말하는 본능적인 경향이 있다. 이를 '사후 과잉확신 편향'이라고 한다.

이것은 오래된 개념이며 선택의 법칙이 나타나는 한 방식이다.

(pg 163)

확률과 통계는 학창 시절 많은 학생들에게 수학을 더 힘들게 만드는 요인이다.

하지만 매일 아침 비가 올 확률을 검색하며 면접이나 입시를 앞두면 내가 붙을 확률을 계산한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로또나 토토의 인기는 사그라질 줄 모른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 인간은 분명 확률을 좋아한다.

다만 확률을 수학적 개념으로 이해하기가 어려울 뿐인데 이 책은 어려운 수식이 많이 등장하지 않으면서도 실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많은 예시를 통해 확률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꽤나 친절하게 서술되었다고 생각될 정도로 어렵지 않았기 때문에 학창 시절 확률을 배웠던 기억이 가물가물한 사람은 물론 확률과 통계 진도를 앞둔 중고등학생에게도 유용할 것 같은 책이었다.

시간은 과거에서 미래를 향해 한 방향으로 흐른다.

미래는 가능성들이 거품처럼 들끓는 카오스의 바다와 같다.

그 바다에서 한 순간 일어날 것처럼 보이는 일들은 개연성이 더 큰 다른 일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개연성이 큰 일들도 또 다른 일들로 대체된다.

현재는 남극의 바람과 같다. 현재가 닥치면, 사건들은 얼어서 굳어진다.

영영 변화할 수 없는 결정으로 바뀌어 고정된 과거에 편입된다.

(pg 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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