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발달로 인류는 지구의 생명체 중 처음으로 자신들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객관적인 데이터를 통해 알 수 있게 되었다.
존재의 기원뿐 아니라 우리가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하는 언행들 역시 진화적인 측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진화생물학의 견해들이 속속 발표되면서 우리의 행동을 지배하는 원리가 여타 동물들과 그리 다를 바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정작 과학자들은 아직까지 자신들의 발견이 일반 대중들에게 널리 인지되지 못하고 있다고 한탄하는데 인문학, 특히 '문사철'로 분류되는 순수 인문학은 그러한 과학의 발달에 상당한 위협을 느끼고 있는 모양이다.
이 책 역시 철학자인 저자가 과학이 인간을 매우 단편적으로 보고 있다는 시각에 반기를 들기 위해 집필한 책이다.
저자는 과학이 사람들의 세계관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종교와 철학은 물론 예술의 영역에까지 광범위한 인식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우리가 사회적으로 축적해온 가치들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단적인 예를 들면, 인류는 자신의 핏줄이 아니더라도 어린이를 보호하거나 노인을 공경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우리의 행동 양식을 유전자가 결정한다고 보는 시각으로는 이러한 행동을 충분하게 설명할 수가 없다. (어린 개체나 늙은 개체를 보호하는 행위가 자신의 생존 가능성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인데 물론 진화심리학적으로도 이러한 행동이 궁극적으로는 인류의 유전자 존속에 유리하다고 설명할 수 있기는 하다.)
이런 요인들 때문에 사회가 추구해 오던 여러 미덕이 현대 사회에서는 점점 더 줄어드는 방향으로, 즉 자신의 삶 외에는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