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도 그렇고 글의 양도 그렇고 소설이 아니라 시집이라고 해도 고개를 끄덕일 것 같다.
각각의 제목 아래 길어야 두 페이지 정도의 글이 실려있는데, 길이가 짧기 때문에 딱히 서사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작가에게 생후 두 시간이 채 되지 않은 채 죽은 언니가 있었다는 것과 작가가 바르샤바를 여행하면서 지난 역사 속에서 벌어진 죽음에 대한 생각과 살아남은 사람들의 역할에 대해 고민했다는 흔적 정도를 알 수 있을 뿐이다.
딱히 줄거리가 없어서 그런지 문장에 더 집중하며 읽게 되었던 것 같다.
책 후미에 본문보다 더 어려운 해설이 있지만 작품을 이해하는 데에 그다지 도움이 된다는 느낌은 없었다.
그저 작가의 풍부한 감성을 굉장히 절제된 손길로 다듬은 문장들을 읽는 것,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작가의 언니와 바르샤바에서 벌어진 대학살로 죽어간 사람들의 죽음들과 이를 기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느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면, 아무리 시간이 약이라지만 보통 몸이 아프면 시간도 더디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작가는 아플 때 더디 가는 시간을 아래와 같이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