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런트 데스크 다산어린이문학
켈리 양 지음, 이민희 옮김 / 다산어린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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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이민자 2세로 미국에서 자라온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투영한 어린이용 소설이다.

분류가 '어린이용'이기는 하나 350페이지 정도로 꽤 두꺼운 데다 글씨도 많은 편이라 초등학교 고학년은 되어야 혼자 읽을 수 있을법한 책이다.

흑인에 대한 차별이야 오랜 전통(?)을 가진 현상이라지만 미국 내 아시아인 차별은 공론화조차 되지 못한 상태이다.

'BLM' 해시태그를 다는 흑인도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적 언행은 아무렇지 않게 보이는 모순이 지금의 미국 사회 내 아시아인의 현주소일 것이다.

작품 속 주인공은 그런 미국 사회에서 영어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부모님과 함께 미국 생활을 시작한 '미아 탕'이라는 어린 소녀다.

부모님이 한 모텔의 직원으로 일하게 되면서 어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모텔의 프런트 데스크를 맡아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사회의 쓴 맛과 단 맛을 함께 경험하는 내용이다.

초반부의 주된 내용은 미국 사회에 뿌리 깊게 박힌 인종차별의 흔적들이다.

같은 반 아이들의 악의 없는 행동들이 얼마나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는지를 어린이의 시각에서 경험할 수 있는데, 저자의 체험이 들어가서 그런지 현실감이 강해 읽는 내내 불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또한 모텔에서 도난 사건이 발생하자 무조건적으로 흑인 투숙객부터 의심하고 보는 경찰이나, 동양인은 무조건 수학을 잘해야 한다고 믿는 어머니 등 어린이의 눈에 비친 어른들의 비합리적인 모습도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동양인이 같은 동양인을 착취하는 관행 역시 읽는 마음을 무겁게 하는 요소 중 하나이다.

외국 생활을 해 본 경험은 없지만 흔하게 들리는 말로 '이민 가서 가장 조심해야 할 사람이 바로 같은 나라 사람이다'라는 말을 증명하듯 미아의 부모님이 일하는 모텔의 주인 역시 같은 동양인이다. (물론 중국 사람과 대만 사람은 엄연히 다르지만 미국의 주류 시각으로 보면 다 같은 동양인일 뿐이다.)

모텔을 8채나 가진 부자이면서도 별의별 이유로 줘야 할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고 미아의 부모를 착취하는 모텔 주인은 이 작품의 메인 빌런으로서 손색이 없다.

물론 이렇게 어둡고 음울한 이야기로만 채워져 있다면 이 작품이 '어린이용'으로 분류되긴 어려웠을 것이다.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미아는 친구를 만들어가고, 소외된 이웃들에게 먼저 다가감으로써 연대의 발판을 마련하며 어른들이 포기해버린 사회적 편견에 당당하게 맞서 싸운다.

결말 역시 '자유'를 찾아 낯선 나라를 찾은 미아네 가족에게 걸맞게 소셜 펀드라는 방식으로 새로운 공동체를 구축해가는 미아네 가족들의 행복한 미래가 암시되는 결말이니 자식에게 책을 추천하는 부모라면 안심하고 읽게 해도 좋을 것 같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왜 이 책이 굳이 '어린이용'으로 분류되었는지는 의문이다.

작품의 시점이 어린이긴 하지만 우리가 채만식의 '치숙' 같은 작품을 어린이용으로 분류하지 않듯이 이 작품 역시 어린이의 시각으로 본 사회 비판의 기능이 꽤 출중하기 때문에 구태여 독자를 어린이로 한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실제로 내가 읽기에도 상당히 재미있었다.)

글씨가 적은 편도 아니기 때문에 중, 고등학생 이상이라 하더라도 재미있게 읽으면서 인종차별과 빈부격차 같은 사회문제들을 고민해 볼 수 있는 좋은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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