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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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가이자 한국에서 더 인기가 많은 프랑스 작가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자서전이 나왔다는 소식에 반가운 마음으로 읽어보게 되었다.

그를 최고의 작가라 칭하면 동의하지 않을 사람도 있겠지만 다작을 하는 성실한 작가라는 점에는 동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워낙 작품이 많아 개중 실망스러운 작품들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뛰어난 상상력으로 읽는 재미만큼은 보장된 작가라는 생각이다.

이 책은 작가가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작가로서 살아가게 된 전반의 이야기를 특유의 문체로 재미나게 들려준다.

서술 방식에 있어서도 평범하게 시간 순서대로 엮어낸 것이 아니라 타로 카드의 아르카나로 운을 뗀 후 각 카드의 의미에 그가 만났던 사람이나 상황을 대입해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주요 작품들이 어디에서 영감을 얻어 집필하게 되었는지, 등장인물들의 실제 모델이 있다면 누구였는지 등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어 평소 그의 책을 즐겨 읽은 사람이라면 반가워할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의 팬들뿐 아니라 작가를 지망하는 사람이라면 그의 집필 습관이나 영감의 원천 등 참고할 만한 부분이 상당히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명하기보다 보여 주는> 이야기가 좋은 소설이다.

이를 위해 설명적인 대화는 최소화하고 상황만 독자에게 제시해

스스로 장면을 연출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pg 259)

작가의 삶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역시 그의 끊임없는 관찰과 기록하는 습관이었다.

매일 꾸준히 글을 쓰기 위해 스케줄을 정해놓고 정해진 시간에 항상 글을 쓰는데 그 일과 중에 꿈을 기록하는 시간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재밌었다.

그는 심지어 자신의 삶조차도 관찰의 대상으로 생각한다.

나는 현실을 일종의 영화나 비디오 게임처럼 대하는 습성이 있다.

어릴 때나 지금이나 내가 내 삶을 멀리서 바라보는 구경꾼이라고 느끼는 것이다.

(pg 16)

자서전이라고 해서 자신의 성공적인 업적만을 늘어놓지도 않는다.

자신의 지병부터 시작해 실패했던 경험, 실수했던 일들은 물론 실패한 결혼까지도 언급된다.

그는 그 모든 경험들에서 배울 점이 있었다는 것을 강조한다.

타로에 <나쁜> 아르카나는 없다.

장애물 경주에서처럼 우리가 뛰어넘어야 할 무수한 시련이 있을 뿐이다.

그냥 실패하고 끝나는 일은 없다.

<성공하거나 배우거나 둘 중 하나>라는 속담도 있지 않던가.

(pg 396)

전생 체험이라던가 최면, 명상을 통한 유체이탈 경험 등 믿기 어려운 경험들도 포함되어 있다.

이런 부분들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독자마다 다르겠으나 흥미로운 이야기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었다.

아무래도 보통 사람들보다는 상상력이 뛰어난 편에 속할 테니 경험하는 부분도 남다른가 보다.

나는 우리가 모닥불 앞에 모여 앉은 부족원들에게 스릴 넘치는 사냥 이야기, 전투 이야기,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던 선사 시대 사람들을 비롯한 선조 이야기꾼들로부터

<이야기>라는 유산을 물려받았음을 새삼 깨달았다.

작은 설화 하나에 공동체 전체의 긴장을 풀어 주고 구성원을 결속시키는 힘이 있다고,

그것이 종국에는 집단 정체성의 바탕을 이룬다고 나는 확신한다.

비슷한 감정을 느끼며 함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동질감이 싹트는 것이다.

(pg 92-93)

후반부로 갈수록 그의 나이를 새삼 실감하게 된다.

작가가 61년생이니 일반적인 직장인이라면 벌써 은퇴할 나이를 훌쩍 넘겼다.

물론 작가라는 직업에 은퇴라는 개념은 없겠지만 그리 젊지 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하게 작품을 내고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개미'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고 그 이후의 작품들이 '개미' 이상의 놀라움을 안겨주지는 못하는 느낌이지만 그의 창작 활동은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언제든 더 놀라운 작품이 나올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의 작품은 많이 읽었었지만 작가의 삶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바가 없었는데 이번 책을 통해 뭔가 작가와 더 가까워진듯한 느낌이 들어 읽는 내내 기분이 좋았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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