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참는 아이 욱하는 부모 (50만부 발매기념 리커버 에디션) - 분노조절장애시대에 더 필요해진 감정 조절 육아법
오은영 지음 / 코리아닷컴(Korea.com)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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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기 전까지는 내가 그리 '욱하는' 성격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아이를 키우다 보면 나도 모르게 욱할 때가 있다.

평소에는 살갑게 해주던 아비가 갑자기 화를 내면 아이도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이게 마음처럼 잘되지 않는다.

그래서 사실 읽지 않아도 대충 무슨 내용일지 예상이 되는지라 읽어볼 생각도 않았던 책인데 아이 앞에서 보이지 말았으면 하는 면이 욱하는 측면인 것 같아 반성하는 의미로 읽어보게 되었다.

욱은 상대에 대한 제압의 의미가 있다.

상대를 감정적으로 좌지우지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이다.

상대를 장악하고 굴복시키려고 했는데, 안 되었을 때 욱한다.

(pg 39)

사례 위주로 짤막한 글들이 이어져 있는 형태이지만 메시지는 대체로 대동소이하다.

욱하는 자신의 내면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안에 자신이 어렸을 때 부모에게 받지 못했던 결핍이 숨어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자각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화가 치미는 것에 아이의 언행은 작은 트리거가 될 뿐이지 절대로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육아를 잘하는 사람일수록 화를 덜 낸다.

육아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일수록 화가 많고 짜증이 많다.

아이를 키우면서 자주 화가 나고 욱한다면, 아이를 잡을 것이 아니라

나의 육아 방식에 이상은 없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또한 아이 탓이 아니라 내가 내 감정을 잘 다루지 못한다는 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pg 107)

물론 그 원인을 찾았다고 해서 부모에게 사과를 받으러 가라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내 심리의 원인을 알면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는 것이 더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스무 번 중에 열아홉 번은 친절한 엄마인데 한 번은 광분한다면,

차라리 그 열아홉 번을 너무 애쓰지 않는 것이 낫다.

그리고 그 한 번을 안 하는 것이 낫다. 그것이 아이한테는 훨씬 더 이롭다.

열아홉 번 애쓴 것이 다 필요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애를 쓰는 것보다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하는 한 번을 안 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pg 41)

유튜브로 '금쪽이' 같은 콘텐츠들을 자주 봤다면 그리 신선하다 싶은 내용은 없었다.

다만 심리적인 것들이 대체로 그렇듯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알아도 안되는 측면이 더 클 것이다.

저자도 지적했듯이 그래도 이 책을 읽으려는 부모는 변화에 대한 의지라도 있는 사람들일 테니 자신의 모습이 어떠한지를 자각할 수 있게 도와주는 측면은 분명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도 그러길 바라고)

워낙 다양한 사례들이 나오기 때문에 사례 중 적어도 한 두개 정도는 자신의 이야기인 것만 같은 것들이 나올 테니 그 사례에 자신을 이입해 보면 생각보다 얻을 것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글로 정리하고 읽어 보면 너무 당연한 말들 같지만 육아를 해 본 사람이라면 가슴에 와닿는 것들이 있을 구절들도 꽤 많았다.

저자가 방송에서도 수차례 강조했듯이 육아는 긴 과정이다.

부모는 지금 당장 아이가 바뀌기를 기대하지만 사람은 어지간해서는 변하지 않는다. (나 자신조차도 그리 쉽게 변하지 않는다.)

아이도 하나의 인격으로서 자신이 추구하는 자신의 상이 있을 것이고 부모가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통제와 억압,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욱'들이 아이와 부모의 기억에 남게 될 것이다.

아이를 키우는 것에 있어서 '효율성'이 기준이 될 수는 없다.

효율성만 강조하면 과정을 놓치기 쉽다.

어떻게 처리했든, 과정이 어떠했든, 빨리빨리 끝내서

결과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착각에 빠진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것은 과정이 매우 중요한 일이다. -중략-

좋은 능력도 결국 좋은 그릇에서 나온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pg 312)

아이에게 화를 내고 나면 늘 후회하게 마련이다.

횟수가 많이 줄었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톡톡 화를 낼 때가 있다.

이런 반성들이 쌓여 가는 과정이 옛날 어른들이 말하던 "아이를 키워봐야 진짜 어른이 된다"라는 말의 진짜 의미가 아닐까 싶다.

읽는 과정도 즐거웠고 내용도 좋았지만 결국은 그래서 내가 얼마나 다르게 육아를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

책 한 권 읽는다고 사람이 얼마나 바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표지에 오은영 박사가 활짝 웃으며 노려보고 있기 때문에(밑에 야구 배트 합성이 없어서 다소 이상하지만) 이 책을 눈에 잘 띄는 곳에 꽂아둔 뒤 욱할 때마다 한 번씩 쳐다보면 진정하기에 도움이 좀 될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

인간에게는 누군가를 힘으로 눌렀을 때 느끼는 묘한 쾌감이 있다.

한번 아이를 체벌하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것도

이런 쾌감에 자신도 모르게 익숙해지기 때문이다. - 중략 -

이런 쾌감에 익숙해지면, 별 것 아닌 일에도 감정을 강하게 표현해야 할 것만 같다.

바로 욱에 중독되는 것이다.

(pg 281-282)

책에 워낙 극단적인 사례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대부분의 부모들은 '나 정도면 심한 것도 아니네'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람마다 자신이 표출하는 화의 수준이 다르듯 아이마다 수용하는 역치가 다르기 때문에 내가 소극적으로 화를 냈다 하더라도 아이가 느끼기에는 굉장한 충격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모쪼록 육아의 긴 과정에서 자신의 언행을 한 번쯤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한 부모들에게, 그리고 되도록이면 꼭 부부가 함께 읽어볼 것을 추천하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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