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미국의 사법 현실에 대한 여러 모습도 잘 관찰할 수 있었다.
특히 미키가 수감시설에서 있었던 불법적인 행위를 법정에서 폭로한 후 호송 중에 다른 죄수로부터 린치를 당하는데 이 사건이 그저 해당 범죄자 개인의 '우발적인' 사건으로 종결 나버리는 것이 충격적이었다.
또한 미국에 배심원제가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 배심원들을 어떻게 선발하는지는 몰랐었는데 이 작품을 통해서 그 절차도 엿볼 수 있었다.
최대한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검사와 피고 측이 따로 선택하고 배제하는 절차를 거치는데, 여기에서 보여주는 전략(술수?)도 상당히 흥미로웠다.
다만 결말이 다소 힘이 빠지는 느낌이다.
원제를 그대로 직역하면 '결백의 법칙'이라는 뜻인데 제목에 충실하게 재판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명백한 무죄를 받아내기 위해 노력했던 미키와 그의 팀이 해결책을 찾으려 고군분투하는 와중에 더 큰 무언가에 의해 훅 해결되어 버리는 느낌이랄까.
마치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가 각지에서 독립을 위해 힘을 쌓고 있던 중 미국의 원자폭탄 한 방으로 독립이 주어졌던 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결말 때문에 스토리는 다소 아쉬웠지만 미키 할러라는 캐릭터의 매력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전작이 왜 진작부터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되었는지 충분히 이해가 가는 캐릭터였다.
뭔가 능력주의를 신봉하는 미국인이 좋아할 만한 요소들을 많이 갖추고 있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리즈물이 가지는 한계도 조금 느껴지는 편이었다.
전작부터 미키와 함께 활약한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미키를 도와주기 위해 애를 쓰는데 이들의 전 활약상을 모르니 읽으면서 약간 소외되는 느낌(?)을 받긴 했다.
물론 작가가 이런 독자들을 위해 작품 내에서 간략하게 정리해 서술하고 있기는 하나, 아무래도 전작을 모두 읽은 것만은 못할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
따라서 전작을 모두 읽었다면 나보다는 훨씬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작품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