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론의 법칙 변호사 미키 할러 시리즈 Mickey Haller series
마이클 코널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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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을 소개하기에 앞서 내가 이 시리즈의 전작들을 읽지 않았음을 먼저 고백해야 할 것 같다.

동명의 영화와 드라마로 이미 유명한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라는 작품의 주인공인 미키 할러가 등장한다.

전작은 물론 영화와 드라마도 본 적이 없어서 읽기 전에 고민을 좀 했었는데 오히려 본 시리즈를 이 책으로 처음 접하는 나 같은 독자들도 많겠다는 생각이 들어 읽고 난 솔직한 감상을 남겨보려 한다.

주인공인 미키 할러는 자신이 변호사인 이상 의뢰인이 진짜 범죄자라 할지라도 그의 무죄를 받아내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는 신념을 가졌다.

여러 사건들에서 승소하며 승승장구하던 그는 어느 날 승소 기념 파티를 가진 뒤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한 경찰의 불심검문을 받게 된다.

음주도 하지 않아 떳떳하게 검문에 응했지만 자신의 차 트렁크에 예전에 알고 지냈던 의뢰자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작품은 시작된다.

물론 모함이고 함정이라는 것은 알지만 정황적인 증거가 그를 살인범으로 지목하고 있는 상황에 담당 검사는 미키가 살인자라는 사실에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재판에 임한다.

여기에서 검사와 미키의 팀이 벌이는 법정 싸움이 작품의 핵심이라 할 수 있겠다.

'법정 스릴러'라는 단어에 걸맞게 법정에서의 싸움이 작품의 대부분인데, 이쪽 장르를 잘 접해보지 않았기도 하고 미국의 사법 체계가 우리나라와는 상당히 달라서 꽤 신선한 재미가 있었다.

먼저 정황적인 증거들이 그를 범인으로 몰아가자 그는 사건에서 경찰과 검찰이 보였던 절차적인 문제부터 걸고넘어진다.

보는 시각에 따라 '비겁하다'라고도 할 수 있을법한 접근법이지만 진짜로 억울한 상황이기 때문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상대의 논리에서 보이는 작은 구멍을 공격해 그 구멍을 점차 넓혀가는 접근법이 인상적이었다.

결백의 법칙에서는 어떤 범죄에 대해 무죄인 사람이 있으면

유죄인 사람이 어딘가에 반드시 존재한다.

그러므로 진정한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유죄인 사람을 찾아내

세상에 드러내 보여야 한다.

(pg 144)

픽션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미국의 사법 현실에 대한 여러 모습도 잘 관찰할 수 있었다.

특히 미키가 수감시설에서 있었던 불법적인 행위를 법정에서 폭로한 후 호송 중에 다른 죄수로부터 린치를 당하는데 이 사건이 그저 해당 범죄자 개인의 '우발적인' 사건으로 종결 나버리는 것이 충격적이었다.

또한 미국에 배심원제가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 배심원들을 어떻게 선발하는지는 몰랐었는데 이 작품을 통해서 그 절차도 엿볼 수 있었다.

최대한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검사와 피고 측이 따로 선택하고 배제하는 절차를 거치는데, 여기에서 보여주는 전략(술수?)도 상당히 흥미로웠다.

다만 결말이 다소 힘이 빠지는 느낌이다.

원제를 그대로 직역하면 '결백의 법칙'이라는 뜻인데 제목에 충실하게 재판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명백한 무죄를 받아내기 위해 노력했던 미키와 그의 팀이 해결책을 찾으려 고군분투하는 와중에 더 큰 무언가에 의해 훅 해결되어 버리는 느낌이랄까.

마치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가 각지에서 독립을 위해 힘을 쌓고 있던 중 미국의 원자폭탄 한 방으로 독립이 주어졌던 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결말 때문에 스토리는 다소 아쉬웠지만 미키 할러라는 캐릭터의 매력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전작이 왜 진작부터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되었는지 충분히 이해가 가는 캐릭터였다.

뭔가 능력주의를 신봉하는 미국인이 좋아할 만한 요소들을 많이 갖추고 있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리즈물이 가지는 한계도 조금 느껴지는 편이었다.

전작부터 미키와 함께 활약한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미키를 도와주기 위해 애를 쓰는데 이들의 전 활약상을 모르니 읽으면서 약간 소외되는 느낌(?)을 받긴 했다.

물론 작가가 이런 독자들을 위해 작품 내에서 간략하게 정리해 서술하고 있기는 하나, 아무래도 전작을 모두 읽은 것만은 못할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

따라서 전작을 모두 읽었다면 나보다는 훨씬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작품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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