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는 사람들 스토리콜렉터 107
마이크 오머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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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굉장히 재미나게 읽은 스릴러 소설이다.

작품의 주인공은 애비 멀린이라는 인질 협상가인데 특이하게도 어릴 적 사이비 종교가 벌인 학살극의 세 명뿐인 생존자 중 한 명이라는 설정이다.

다른 생존자 중 한 사람인 이든의 아들이 누군가에게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애비 멀린과 경찰들이 납치된 아이와 범인의 행방을 뒤쫓는 내용이다.

작품은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의 시각들이 교차하며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

제목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이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역시나 '사이비 종교'다.

이든이 어릴 적 몸담았던 사이비 종교 단체를 잊지 못해 다시 찾았던 공동체 역시 사이비 종교 집단이었고,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뒤늦게 그 집단을 탈출했다.

아들의 납치 역시 그 일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하지만 단순히 공동체 이탈에 대한 복수라고 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았다.

그리고 그 석연치 않은 부분에는 'SNS'라고 하는 중요한 키워드가 숨어있었다.

납치된 아들의 누나가 유명한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였던 것이다.

사이비 종교와 SNS라는, 마약이나 도박처럼 사람의 뇌 작동 방식을 변화시키는 두 가지의 중독성 짙은 키워드가 아이의 납치에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밝혀가는 것이 이 작품의 재미라고 할 수 있겠다.

작품 초반부터 경찰들은 수사망을 좁혀가려 애를 쓰지만 사이비 종교 신도들의 무조건적인 복종과 지도자의 강력한 통제 때문에 중반까지도 좀처럼 직접적인 단서를 찾지 못한다.

하지만 SNS가 사건에 연루되어 있다는 것이 밝혀지자 사건의 윤곽이 급속도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사이비 집단과 SNS가 사람들의 '진실을 보는 눈'을 어떻게 마비시키는지를 엿볼 수 있었다.

사이비 집단 일원들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뛰어난 거짓말쟁이다.

왜냐하면 자신이 말한 모든 것을 믿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게 거짓말이라는 걸 스스로 알아도, 더 높은 선을 위한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거짓말은 어떻게 보면 진실이 된다.

(pg 223)

그게 소셜 미디어의 익히 알려진 문제였다.

비틀림, 왜곡. 온라인으로 누군가를 팔로하면, 그들은 늘 완벽해 보였다.

그들의 가족은 가장 행복한 가족이고, 그들의 여행은 최고의 여행이었다.

모든 사진이 멋지고 부럽고, 욕망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그건 알고 보면 현실과 거리가 멀었다.

(pg 557)

최근에 사이비 종교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큰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던 터라 이 작품도 새롭게 조명을 받게 된 것 같은데, 이미 미국에서 많이 팔린 전적이 증명하듯 작품 자체의 재미가 상당했다.

스토리의 얼개만 보자면 사건이 있고 주인공 일행이 이를 해결하는 것이 전부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굉장히 재미있었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장면 장면들이 끊김 없이 이어지는 느낌이었다.

책의 챕터가 아무런 제목 없이 번호만 쭉 붙어있는데, 그저 이 번호 순서대로 장면들을 찍어 이어 붙이면 괜찮은 영화가 한 편 만들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건과 관련이 없는 서술도 거의 없어서 600페이지에 달하는 다소 두꺼운 책인데도 불구하고 금세 읽은 느낌이다.

번역이 매우 깔끔하고 자연스럽다는 말도 꼭 덧붙여야 할 것 같다.

마지막에 또 하나의 의문점을 남기며 후속작을 암시하는 결말로 끝이 나는데 작가 소개를 보니 애비 멀린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 두 권 더 있다고 한다.

국내 출시 여부는 모를 일이지만 이 책이 잘 팔려서 조만간 읽어볼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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