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감정
김용태 지음 / 미류책방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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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보다는 '감정을 제대로 느끼고 표현하면 인간관계가 달라진다'라고 적힌 부제가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아이가 분노나 슬픔 등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였을 때 참으라고 한다거나 그저 울지 말라고 다그치는 등 그 상황을 모면하려는 행동을 하기가 쉽다.

그러다 책 부제를 읽고 문뜩 '내가 너무 아이의 감정을 억압하며 키우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 자신부터가 감정 표현에 그리 익숙하지도 않기도 하고 말이다.

저자는 감정을 잘 표현하는 것이 건강한 삶에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묵혀둔 감정은 우리의 정신건강은 물론이고 몸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감정은 느끼고 표현되지 않으면 절대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해소되지 않은 감정은 우리의 무의식 속에 쌓여 호시탐탐 밖으로 나올 기회를 엿보거나,

제발 자기를 알아 달라고 떼를 쓴다.

(pg 5)

저자에 따르면 우리가 느끼는 슬픔, 분노, 두려움, 불안 등의 부정적인 감정은 표면 감정이며 그 이면에는 수치심이라는 근원적인 감정이 숨어있다고 한다.

우리가 경험하는 부정적인 감정은 대부분 인간관계에서 나오게 마련인데,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내가 느끼는 감정을 촉발한 이유를 제공하기는 했지만 그런 감정을 느끼는 근원적인 이유는 오로지 자기 자신에게 있다는 것이다.

나의 무의식 속에 있는 근원적인 어떤 것이 타인의 언행으로 인해 건드려지면 부정적인 감정으로 표현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똑같은 언행이라 하더라도 내 기분 상태에 따라 화가 날 때도 있고, 그냥 넘어가질 때도 있었다는 점을 떠올려보면 감정의 근원이 자기 자신이라는 점에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화가 나고 분노한 감정은 결국 내 것이다.

상대방의 자극에 의해서 화가 난 것이긴 하지만

상대는 자극을 했을 뿐 화가 난 것은 나 때문이다.

내 안의 분노, 열등감, 외로움 등이 건드려지면서 화가 난다.

(pg 63)

상대방이 자극한 강도가 세면 셀수록 그것은 나의 중심에 가까운 것이 건드려진 것이다.

그래서 나를 열받게 한 그 상대방에게 "당신 덕분에 내가 어떤 감정에

짓눌리고 있는지 알게 됐다"고 오히려 고마워해야 할 일이다.

(pg 67)

부정적인 감정이 대체로 인간관계에서 나온다고 해서 타인과 교류하지 않으면서 살 수는 없다.

게다가 진짜 고립되어 생활한다 해도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지 않을 리가 없다. (히키코모리들이 마냥 행복할 것이라 생각되지 않듯이)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감정을 똑바로 바라보고 올바르게 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상담을 하며 개발한 7단계의 감정 조절 훈련을 제안한다.

물론 그 모든 단계를 개인이 혼자 수행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그 첫 번째 단계인 '느낌 알아차리기'와 2단계인 '느낌 표현하기'까지만 연습해도 자신의 감정을 보다 수월하게 해소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에 '짜증이 난다', '화가 난다' 등 단순하게 생각하는 감정이지만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이 진짜 무엇인지를 가만히 들여다보는 행위 만으로도 그 감정에 휘둘리는 시간이 짧아질 수 있을 것 같다.

인간은 모두 단독자들이다.

서로 아무리 사랑한다 해도 두 단독자 사이에는 간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가닿을 수 없는 거리가 있다.

인간은 외로움을 받아들이는 훈련이 필요하다.

(pg 102-103)

읽으면서 나의 어린 시절은 어땠는지, 내가 지금 감정을 처리하는 방식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도 돌아보게 되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이다 보니 아이에게 앞으로 부정적인 감정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도록 하되 감정에 지배되지 않도록 잘 들어주고 감싸주는 부모가 되고 싶다는 다짐도 할 수 있었다.

(물론 워낙 화가 많은 사람인지라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물론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가 부정적인 감정을 최대한 느끼지 않도록 해주면 좋겠지만 사람이 살면서 긍정적인 감정만 느끼며 사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훨씬 현명한 길인 것 같다.

어떤 감정을 느끼든 감정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부정적 감정이든 긍정적 감정이든 감정을 느끼게 된 이유가 있고

그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다.

감정에 얽매여 왜곡된 삶을 살지 않으려면,

역설적으로 어떤 감정이든 환영해 주고 돌봐 줘야 한다.

(pg 241)

인간으로 이 세상을 사는 한 우리는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감정을 경험하는 것과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면서 풍요로운 삶을 살려면 감정들이 주는

메시지들을 잘 읽어야 한다.

(pg 266)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 금기시되는 사회다 보니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 된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정신 질환을 앓는 사람의 수도 점점 늘어나는 게 아닐까.

나 자신부터도 감정을 좀 더 솔직하게 직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고 주변 사람들이 나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보일 때에도 책을 읽기 전보다는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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