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 '세습 자본주의'라는 단어가 있어서 경제 이론들이 난무하는 책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이 책은 사실 86년생 저자가 자신이 살아오면서 느낀 세대 담론을 나열한 에세이집에 가깝다.
그 핵심에는 언론에서 MZ세대라며 80년 이후 출생자들을 손쉽게 묶어 통칭하지만 그 사이에서도 가만히 나눠보면 그 특징과 성장 배경, 처한 환경이 꽤 이질적이라는 주장이 담겨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같은 MZ세대 안에서도 무겁게는 부동산을 포함한 자산 규모로 나눌 수도, 가볍게는 슬램덩크를 만화로 먼저 본 세대와 애니를 먼저 본 세대로 나눌 수도 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거리 응원이 가능했던 세대와 그렇지 못했던 세대로 나눌 수도 있겠다.
물론 세대를 세세하게 나누는 행위 자체가 사회학적으로 의미가 있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해당 세대가 가진 어려움과 고통을 이해하려면 우선 세대를 제대로 정의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찌 됐든 저자는 나와 같은 80년대생으로서 80년대생이 어떤 삶을 살아와야 했는지를 담담하게 풀어 놓는다.
입시 경쟁을 뚫고 들어간 대학, 그 대학을 나와 비정규직을 전전하며 88만원 세대라는 꼬리표가 붙는 삶.
누구는 영끌이라도 강남권에 입성이 가능하고 누구는 끌어모을 영혼조차 없는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