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현대지성 클래식 48
알베르 카뮈 지음, 유기환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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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자와 제목은 알아도 읽어볼 생각은 못 했던 작품인데 생각보다 길지 않길래 읽어보기로 했다.

특히나 역자가 알베르 카뮈 특유의 문체를 최대한 한국어로 구현하기 위해 새로운 개정판이 나왔다고 해서 더 기대가 되었다.

작품의 주인공은 '뫼르소'라는 이름의 한 남성이다.

그는 작품의 마지막 순간까지 별다른 감정 변화를 보여주지 않는 인물로 묘사된다.

어머니의 죽음을 들었을 때도, 장례식장에 가서도 슬픔을 느끼지 않았고 장례식 후 만난 '마리'라는 여인에게도 정욕을 느낄지언정 사랑은 느끼지 못한다.

망나니 같은 남자를 만나 폭행을 당하는 여인을 보고도 돕지 않으며 오히려 그 남자에게 유리한 진술을 하고 그와 친구가 된다.

나는 그 누구도 결코 삶을 바꿀 수 없고,

결국 이런 삶이나 저런 삶이나 똑같은 가치를 지니며,

지금 여기의 내 삶이 전혀 싫지 않다고 대답했다.

(pg 73)

그 친구와 함께 놀러 간 바닷가에서 폭행 당했던 여인의 오빠인 아랍인 패거리들과 시비를 붙게 되고, 총을 들고 있던 친구를 말려 총을 보관해둔다.

시비가 끝난 후 바닷가를 걷던 중 더위와 태양으로 인한 짜증 때문에 시비를 붙었던 아랍인 중 하나를 쏴 죽이게 된다.

여기까지가 1부이고 2부부터는 죄인이 된 '뫼르소'의 형량을 확정하기 위한 재판 과정이 펼쳐진다.

여기서 재미있는 부분은 그의 형량이 살인 자체보다는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그가 보여준 냉담한 태도에서 기인한 것이 더 컸다는 사실이다.

검사의 논지는 '자기 어머니의 죽음을 경험하고도 슬픔을 느낄 수 없는 반사회적 인물이기 때문에 살인 역시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었다'라는 것이다.

변호사는 그저 살인 사건 그 자체에만 집중할 것과 우발적인 실수였음을 강조했지만 배심원들은 그에게 사형 선고를 내린다.

모든 게 나의 참여 없이 진행되었다.

내 의견의 청취 없이 내 운명이 결정되고 있는 것이었다.

(pg 141-142)

사형 선고를 받은 그는 자신의 내면으로 천착한다.

그의 마지막 길을 위로해 주기 위해 나타난 신부가 마지막 순간까지 신에게로의 귀의를 강요하자 신부의 위선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작품 내내 묵혀두었던 분노를 쏟아낸다.

물론 그의 죄가 가벼운 것은 아니지만 이 작품에서 유의미하게 봐야 할 부분은 사람들이 살인 행위보다 어머니의 죽음에 아무렇지 않았던 태도를 더 문제시했다는 점이다.

더욱이 그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본인의 죄를 처음부터 인정했고 범행 동기를 억지로 꾸며내지 않았으며 반성하는 척 눈물짓지 않았다.

그런 그를 이해할 수 없었던 사람들은 그를 사회에서 영원히 제거하려 했고, 이를 깨달은 그는 자신의 죽음 현장에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와서 자신을 증오해 주길 바라게 된다.

사실 그의 나이나 출신 배경 등이 설명되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그가 '이방'에서 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작품에서 '이방인'이란 '그 사회 통념과 맞지 않는 사람' 정도로 정의하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사회가 그 통념에 벗어나는 사람을 일반적으로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앞뒤로 수록된 역자의 글과 알베르 카뮈의 서문, 작가 수첩 등의 내용을 모두 포함해도 200페이지 정도로 얇은 데다 저자의 문장이 워낙 깔끔하고 번역도 매끄러워 읽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워낙 특이한(?) 사람의 삶과 생각을 그려내고 있기 때문에 읽고서 소화하는 시간이 다소 필요하다는 생각은 들었다.

다 읽은 후에 등장하는 역자의 해제가 작품을 이해하는데 굉장히 큰 도움을 주니 이 판본으로 본 작품을 접하는 사람이라면 꼭 끝까지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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