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의 죄
윤재성 지음 / 새움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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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검사나 변호사가 등장하는 영화나 드라마가 인기였는데 이 책은 굉장히 특이한(?) 이력을 지닌 검사의 이야기라고 해서 기대가 되었다.

특이한 이력이란 불과 8세의 나이로 보육원 전체에 불을 질러 자신을 제외한 보육원 전체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사건을 말한다.

어릴 적부터 가정 폭력에 시달렸고 부모님이 모두 사망한 후에는 아이들을 키워 장기 이식용으로 팔아먹는 보육원에서 생활해 온 터라 생존에 대한 강박이 생긴 그는 자신의 죄를 덮어준 한 검사의 말을 기억하며 자신 역시도 검사가 된다.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아.

짐승이 아닌 사람으로 살고 싶거든 그래야 해."

(pg 17)

서울로 발령받은 기대주 역할에 충실하며 회식을 끝내고 집으로 향하던 그는 한 동료 검사가 칼에 맞아 숨지기 직전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어서 어릴 적 죄를 알고 있으니 검사가 살해된 사건을 추적하라는 협박 메시지까지 받게 된다.

사건을 쫓으면서 그는 숨진 검사가 대기업과 검찰 고위직, 정치인들이 연루된 거대한 범죄 커넥션을 쫓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숨진 검사가 밝히려 했던 것들을 추적하는 것이 작품의 주요 내용이다.

"누군가는 해야만 해요. 어떤 검사, 어떤 수사관, 어떤 판사는 싸워야 합니다.

세계가 타락하고 사법이 힘을 잃어도."

(pg 114)

줄거리 자체는 일개 검사가 막대한 권력을 가진 범죄 카르텔에 맞서는 흔히(?) 볼 수 있었던 내용이지만 이 작품만의 특이한 점이라면 주인공인 검사가 그리 정의로운 편이 아니라는 것이다.

소시오패스에 가까운 성격에 이미 살인을 저질러 본 경력까지 더해져 사건을 해결하는 방법이 그가 단죄하고자 하는 범죄자의 행동과 그리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그러면서도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을 것이라 생각은 하지만 우리 같은 일반인들은 그저 막연하게 추측만 할 뿐인 정치, 검찰, 언론, 기업 간의 유착관계를 매우 현실감 있게 담아내고 있어서 읽다 보면 주인공의 정의가 오히려 속이 시원하게 느껴지기는 했다.

스포일러가 될 테니 결말까지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나름 속이 시원한(?) 결말을 보여주기는 한다.

물론 굉장히 극단적인 형태이고, 사적 제재에 가까운 행동을 옹호하고 싶은 생각도 없으므로 그 결말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는다면 결코 밝혀지지 않았을 진실들이 있었고, 그것이 오히려 지금 사회와 가까운 모습이 아닐까 싶어 나름 수긍이 가는 결말이었다.

주인공을 도와준 이들도 행적에 걸맞은 엔딩이 기다리고 있어서 읽은 후에 찜찜함이 남는 종류의 작품은 아니었다.

국민의 눈으로 감시하라. 시민의 힘으로 경계하라.

공명정대와 정의를 입과 손으로 부르짖지 말고 몸으로 행하라.

비겁한 짐승들만 사는 곳에서 정의로운 맹수는 나지 않는다.

(pg 215)

사실 정의(justice)라는 개념을 정의(define) 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긴 하다.

작가는 우리에게 정의롭지 못한 방법으로 밝혀진 정의는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묻는다.

누군가는 그렇게라도 밝혀지는 것이 옳다고 믿을 테고 누군가는 정의롭지 못한 절차를 통해 얻어진 정의는 무의미하다고 믿을 것이다.

독자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건 간에 작가가 묻는 질문에는 나름의 울림이 있었다.

사실 다른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많이 다루었을법한 소재와 줄거리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다.

이 작품이 잘 되어 영상화가 된다면 김남길이나 이경영 같은 배우들이 참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소설을 읽는데 마치 영상물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소재가 소재이니만큼 다소 잔혹한 묘사들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고어'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고 스토리 전개의 완급 조절도 좋아서 스릴러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일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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