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상당한 수상 기록을 가진 작가라는데 개인적으로는 작가를 이 작품으로 처음 접했다.
SNS에서 광고를 많이 해서 제목이 눈에 익었던 터라 전자 도서관에서 제목을 보는 순간 대여를 누르게 되었다.
(e북으로 읽었는데 해당 콘텐츠에 페이지가 적혀 있지 않아서 발췌문에 페이지를 표기하지 못했다.)
'내 딸이 아내를 죽였다'라는 자극적인 문구가 마케팅 포인트인데, 당연히 어그로를 끌기 위함이고 실제 일어난 일은 우연의 연속이 만들어 낸 불행한 사건에 지나지 않는다.
베란다에서 혼자 놀던 4살짜리 딸이 화분을 햇볕이 잘 드는 난간에 올려놓는데, 이것이 아래로 떨어져 운전 중이던 차에 떨어지고 놀란 운전자는 그만 아내를 치어 사망하게 한다.
하지만 이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딸에게 알려줄 수는 없는 노릇이니 비밀을 숨기며 딸을 대학생까지 키워내는데 어느 날 한 남자에게서 모든 일을 알고 있으니 돈을 준비하라며, 그렇지 않으면 딸에게 모든 진실을 밝히겠다는 협박 전화가 온다.
이 협박을 피할 겸 딸과 누나와 함께 30년 전에 살던 자신의 고향으로 가게 되면서, 자신의 어머니가 의문을 남긴 채 사망한 31년 전의 사건과 그 후 1년 뒤 마을의 부잣집 네 명이 버섯 중독으로 생사를 오갔던 사건이 회상된다.
그 30여 년 전에 일어났던 미스터리한 사건들의 진실과 협박범의 실체에 다가가는 것이 작품의 주요 내용이다.
버섯 산지로 유명한 한 시골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이고 이 지역에 벼락이 자주 떨어지는 것으로 묘사되어 있어서 버섯과 벼락이 작품에서 중요한 장치로 사용되고 있다.
시골 특유의 폐쇄성 또한 사건이 미궁으로 빠지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작품의 시점은 현재지만 30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러버린 사건을 역추적하는 형태를 띠고 있어서 주요 서사가 모두 회상과 인터뷰 형식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 특징이다.
게다가 주인공이 벼락으로 인한 단기 기억상실증을 앓았던 터라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단편적인 정보들을 흘린 뒤 후반에서 결말을 풀어헤치는 구성이 꽤나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특히 사람이 죽어나가는 이야기지만 작품의 중심에 가족에 대한 사랑이 담겨 있다는 점도 좋았다.
단순히 치정이나 금전적인 문제가 아니라 가족에 대한 사랑과 그로 인해 하게 된 선택들이 가져다주는 뜻밖의 결과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늘 의도와 결과를 어떻게든 연관 짓고 싶어 하지만 사실 살다 보면 의도와 결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느껴질 때가 더 많지 않던가.